[인생, 귀찮음과의 장기전]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하루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이미 귀찮다.
알람은 고백하듯 소리친다.
“일어나! 나 오늘 너랑 중요한 약속 있어!”
하지만 내 몸은 배신자다.
“미안,
오늘 아무래도.... 우리는 안되겠다.”
침대는 더 웃기다.
마치 있지도 않은 연인처럼 속삭인다.
“가지 마, 조금만 더 같이 있자.
너 없으면 나 외롭잖아.”
결국 나는 그 말에 넘어간다.
사실 침대와 나는 매일 아침 비밀 연애 중이다.
씻는 건 귀찮다.
근데 안 씻으면 거울이 쏘아본다.
“이 얼굴로 진짜 밖에 나가겠다고?
사람 놀라게 할 거야?”
밥은?
해 먹는 건 대작이다.
냄비, 쌀, 반찬들이 전부 회의를 요구한다.
회의 준비만 2시간째다
더이상 배는 협상 따위 없다.
“당장 밥 줘. 아니면 폭동 일어난다.”
웃긴 건, 귀찮음은 위장술이 뛰어나다.
빨래는 자꾸 번식하고,
설거지는 싱크대 안에서 비밀 조직을 만든다.
책상 위 서류들은 모여서 작당모의를 하고,
휴대폰 알림은 질투심 폭발이다.
“야, 나 좀 봐! 나도 있잖아!”
결국 인생은
‘어떤 귀찮음을 먼저 상대할 것인가’
의 싸움이다.
귀찮음은 내 하루를 운영하는 CEO고,
나는 그 회사의 과로한 직원이다.
가끔 반항하려 해도 귀찮음은 여유롭다.
“그래, 그럼 내일 해. 난 기다릴게.”
그리고 그 내일은...늘 오늘이 된다.
사실 안다.
귀찮음을 먼저 해치우면 마음이 가볍다.
근데 이상하게도 손이 안 간다.
귀찮음과 나는 오래된 연인 같아서
서로의 패턴과 핑계를 다 알고 있다.
결국 오늘도 결심한다.
“내일은 꼭!”
하지만 솔직히 안다.
내일도 귀찮음은 문 앞에서 기다릴 거다.
그리고 우리는 또 웃으며 재회할 거다.
이 사랑은...평생 무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