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결 | EP.30 빗방울이 닿는 자리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왠지 조금 덜 미안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조용히 내 앞에 놓여 있는 듯해서.
우산을 들고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있는 기분도 덜 외롭고...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도,
조용히 누워 있는 시간도
‘게으름’이 아닌 ‘쉼’처럼 느껴진다.
나는 어쩌면,
비가 아니라
‘그날의 공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ㅡ
모든 것이 조금씩 느려지는 하루의 속도.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처럼
마음도 무언가를 흘려보내는 듯,
조금씩 풀어진다.
평소에는 지나치던 것들이
비 오는 날엔 잘 보인다.
손에 쥔 컵의 묵직한 온기,
창밖 풍경에 스민 회색의 결,
그리고
나도 몰랐던 지침의 흔적들.
ㅡ
그래서인지
비 오는 날이면
나는 유난히 나 자신을 잘 돌본다.
차를 천천히 끓이고
좋아하는 문장을 한 줄 꺼내 읽고,
오랜만에 일기장을 펼쳐
감정을 천천히 적어내려간다.
그렇게 쓴 문장은
늘 같은 결론으로 닿는다.
“이런 날은
나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된다.”
비가 아니라
나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나만의 쉼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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