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고양이는 예의가 바르다

by 마리엘 로즈

[이럴 때 쓰라고 갈고 닦은 지혜가 아닐텐데?]



어떤 글을 보다가

“세탁비를 드릴까요?”

라는 문장을 봤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

이런 말은 언제 들어도 묘하게 사람을 시험하게 만든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드릴까요?”라니.

이건 사과인지, 눈치 보기인지 모르겠다.


거기다 결정권을 상대에게 넘긴다니,

이 얼마나 교묘한 아이러니인가.



받는다고 하면 내가 속물 같고,

안 받는다고 하면 괜히 얄밉지 않은가!!


이렇게 되면

결국 받아도 손해, 안 받아도 손해인

나만 억울한 사람이 된다.




이제부터는....


나라면?? 이라는 가정이 들어간다



그 순간부터 내 속은 이럴거다.


이걸 어떻게 갚아주지?

내 머리는 그때부터 바빠진다.


‘그래. 이젠 네가 좀 머리 아파봐라.’


이럴 땐 제갈량 버금가는 전략까지 짤 필요는 없고,

그냥 우아하고 재수없는 귀족버전의

말발 한마디면 끝난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게.


이렇게 묻는다.



"세탁비를 드릴까요?

라고 하시면 안 받겠습니다

그런데....

세탁비를 드리겠습니다.

라고 하시면 감사히 받을게요."


그리고 아주 친절하게,

둘 중 하나를 고르시라며 웃는다.



예의 바른 문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기분 나쁘지 않게 이기려면,

이 정도 계산력은 있어야 한다


겉으론 미소, 속으론 통쾌.

이 정도면 세탁비는 안 받아도 이긴 셈이다.



나는 다정하지만,

성격은 그렇게 순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그런 날은

내 안의 못된 내가

유난히 든든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그때 옆에서 동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두 발자국 물러서서 이렇게 말할거다


또....또 저런다.....못된 성격 또 나왔어.”



그래, 맞다.

오늘은 좀 나왔지.


흡족한 미소는 이럴 때 짓는거 아니겠니...



미련 없이 웃으며 되갚을 줄 아는 사람,
그건 못된 게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란다.

라며 또 자기 합리화 시전 중이겠지만....


어쩌겠니...이게 나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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