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이 우리를 바꾸는 순간

사람은 고쳐 쓸 수 없어 | EP.07

by 마리엘 로즈


우리는 흔히 말한다.
사람은 반복되면 달라진다고.
같은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면 성격도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고.


그래서 어딘가에서는
반복이 사람을 고쳐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하지만 살아보면 알게 된다.


반복이 바꾸는 것과
끝내 바꾸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분명하다는 걸.



말 많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말을 아끼기 시작할 수는 있다.


전에는 다 설명하던 사람이
이제는 굳이 덧붙이지 않고,
예전엔 꼭 말해야 했던 순간에도
조용히 넘기는 쪽을 택한다.


그 변화는
겉으로 보면 분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저 사람, 변했어.”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침묵은
성격이 바뀌어서 생긴 게 아니다.


말이 많았던 이유는
생각이 많아서였을 수도 있고,
관계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고,
이해받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


말이 줄어든 이유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생각이 사라진 게 아니라
말해도 닿지 않는 순간을 알게 된 것이고,
관계를 포기한 게 아니라
말로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거리를 배운 것이다.



반복은
사람의 중심을 바꾸지 않는다.

대신,
사람이 어디까지 자신을 쓰는지를 조정한다.


그래서 반복 속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기보다
같은 사람으로
조금 덜 소모되는 쪽을 선택한다.


말을 줄이는 건,
침묵으로 변한 성격이 아니라
경험 끝에 생긴 선택이다.



반복되는 하루는
우리의 반응을 바꾼다.


예전엔 마음이 먼저 튀어나오던 일에
이제는 한 박자 늦게 숨을 고르고,
꼭 설명해야 한다고 믿었던 순간에
굳이 침묵을 택한다.


이런 변화 때문에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

반복으로도,
시간으로도,
관계로도.


하지만 반복은
사람을 바꾸는 대신
사람의 선택을 바꾼다.


같은 성향으로
조금 덜 아픈 길을 고르고,
같은 마음으로
조금 더 자신을 아끼는 방향으로.



그래서
반복이 우리를 바꾸는 순간은
사람이 달라질 때가 아니다.


사람은 그대로인 채로
자신을 쓰는 방식이 달라질 때,
그때 우리는
이전과 같은 사람인데도
이전과는 다른 하루를 산다.


그게
반복이 허락한
유일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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