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그때를 아직 지나오지 못했다

너의 마음에는...| EP.05 시간의 골목

by 마리엘 로즈


주제: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순간들

역할: 마음이 따라가지 못했던 시절




마음에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골목이 있다.


시계는 분명 앞으로 갔는데
감정은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곳.


우리는 그 골목을 자주 지나쳤다.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의 우리는

너무 바빴고,

너무 급했고,

멈출 수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이 먼저였고

버텨야 할 하루가 앞에 있었다.


그래서 순간들은

확인도 작별도 없이

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시간은 흘렀지만

마음은 따라오지 못했다.


울어야 했던 순간을 웃음으로 넘겼고,

붙잡고 싶었던 장면을

“나중에”라는 말로 밀어두었다.


그때의 감정은

지금보다 느렸고,

지금의 삶은

그 감정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이 골목에는

미처 도착하지 못한 마음들이 남아 있다.


끝내 말하지 못한 인사,
제대로 느끼지 못한 슬픔,
뒤늦게야 이해된 기쁨.


모두 시간에 밀려

여기서 발을 멈춘 채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정서적 지연'이라고 부른다.


사건은 지나갔지만

감정의 처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


그래서 우리는

이미 괜찮아진 일 앞에서

뒤늦게 아파하고,

끝난 관계를

한참이 지나서야 애도한다.



이 골목은

후회로 가득한 장소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때의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지나가야 했던 길이다.


느낄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속도를 택해야 했던 시절의 흔적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 골목을

‘이미 끝난 시간’으로만

취급해왔다는 점이다.


끝났다고 믿는 순간,

마음은 더 이상

돌아올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감정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현재의 순간에 섞여 들어온다.



시간의 골목은

다시 시간을 돌리기 위한 곳이 아니다.


그때 놓친 감정을
지금의 언어로
조용히 데려오는 자리다.


뒤늦게라도

“그때 나는 많이 힘들었다”라고

말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골목을 지나며

우리는 처음으로

속도를 늦춘다.


사건을 되돌리는 대신,

감정을 따라 걷는다.


그제야

시간과 마음의 보폭이

조금씩 맞춰진다.


이제 우리는 안다.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순간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마음이

따라올 수 있을 만큼

천천히.


다음 길은

이 골목에서 비로소

속도를 되찾은 마음이

처음으로 선택하는 방향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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