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는 흘러야 할 감정의 이름이었다

너의 마음에는...| EP.06 후회의 강

by 마리엘 로즈


주제: 선택을 되돌아보는 기억의 물결
역할: 감정이 흐르는 첫 장소




마음에는
되돌릴 수 없는 선택들이
물처럼 모여드는 강이 있다.


우리는 보통
그 이름을 '후회'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강은
당신을 벌주기 위해 흐르는게 아니다.


그저
멈춰 있던 감정들이
이제야 움직일 수 있게 된 자리다.



후회는 늘
선택이 끝난 뒤에 찾아온다.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
잡지 못했던 손,
지나쳐버린 눈빛 하나.


우리는 그 장면을
여러 번 되돌려 본다.


그때 다른 말을 했더라면,
조금만 더 머물렀더라면,
아예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지만
그 질문 끝에 남는 건
대답이 아니라 조용한 인정이다.


그때의 나는
그만큼밖에 할 수 없었다는 사실.



후회의 강은
과거로 돌아가게 하는 장소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흘러오지 못했던 감정들이
비로소 길을 얻는 곳이다.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슬픔,

늦게야 알아차린 분노,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삼켜야 했던 상실감이
이 강 위에 천천히 떠오른다.


그래서 후회를 떠올리면
생각보다 가슴이 먼저 젖는다.


말보다 앞서
몸이 반응하는 이유다.



선택의 순간,
우리는 감정을 고를 여유가 없었다.


결정해야 했고,
버텨야 했고,
앞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마음은 잠시 뒤로 밀렸다.


후회의 강은
그때 밀려났던 감정들이
이제야 돌아왔다는 신호다.



우리는 이 강을
종종 두려워한다.


들여다보면
끝없이 빠져들 것 같아서.
그래서 스스로를 다그친다.


“그만 생각해.”
“이미 지난 일이야.”
“왜 아직도 거기 있어.”


하지만 강을 막을수록
물은 다른 길을 찾는다.


짜증이 되기도 하고,
무기력이 되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방식으로
조용히 흘러나온다.


후회의 강은
당신을 붙잡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흘러야 할 감정을
흐르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강을 바라본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건 오히려 지금의 자리로
마음을 데려오는 일에 더 가깝다.



강가에 서면
우리는 지금의 시선으로

처음의 선택을 다시 바라본다.


옳았는지 틀렸는지가 아니라
그 선택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남겼는지를.


그 순간
후회는 자책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그리고 이해라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이 강은
당신이 약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선택했고,
그 결과를 감당했고,
이제야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


후회는
성장의 반대말이 아니라
성장으로 향하는 물길에 가깝다.


강은
머무르라고 하지 않는다.
지나가라고 흐른다.


지금
이 물결을 잠시 바라볼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자기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하는 쪽으로 건너오고 있는 중이다.



다음 길은
이 강을 건넌 마음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말을 거는 방향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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