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전히 배우고 있다

미켈란 젤로

by 델포이

'난 여전히 배우고 있다'

I'm still learning



미켈란젤로가 87세 때 한 말이라고 한다

얼마 전 학교에서 화집을 보다, 이 말을 발견했을 때

난 적잖이 위로를 받았다



난, 강박인지 집착인지

배움 자체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도 꽤 오래 다녔고


외국어, 춤, 악기와 노래...

참 이것저것 많이도 배웠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밥벌이 시간과

사교시간을 가차 없이 줄인다


그래서


그렇게 배우는데 집착하는 내게

사람들은 묻는다

그거 배워서 뭐 하려고?


그럴 때마다, 난 그들에게

넌, 꼭 시험 봐야 공부하냐?

되받아치고 싶지만


그거 돈 되는 일도 아니잖아?

하는 그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을 테니 참는다



그냥

내겐 '배우는 게 노는 거'라는

내겐 '배우는 게 사는 거'라는 말을

그들은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런지

예전 뮤지컬 공연 연습할 때도

무대에 설 때 보다

연습실에서의 연습이 더 좋더라

무언가 배운다는 게 좋더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를 배우고

또 조금씩 알아가고 늘어가는 게

그렇게 재미있더라


신기하게도

예전 발레학원에서 처음 만난 이가

내 배움의 과정을 즐기는 이런 성향을 얘기하니

대번에 '학자'스타일이라 해

속으로 깜짝 놀랐다


당시 그녀는 몰랐지만

나는 연구하는 게 업인 '학자'다


그렇게

배움은 내 삶인데


목적지향적인 사람들에게는


내 배움은 '헛짓' 같겠지


그래서 그랬는지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배웠다'는 미켈란 젤로의 말은

당시 나에겐 위안이 되더라


그가 그 나이에도

무언가를 계속 배우는 이유는

더 높은 경지의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닌


나처럼

오늘을 살기 위해서였을 것 같다


그렇다


어떤 사람들에게 배움은 밥과 같다


난 하루라도 배우지 않으면

밥도 맛이 없고, 잠도 안 오고, 발걸음도 무거워진다


뭐라도 배운 하루의 끝에는

'입에 침이 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배움은

오늘을 사는 최선의 활동이다


내가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일단 떠나면 하루 종일 이어지는

다채로운 배움 때문인 것 같다


나에게

비우는 명상은 마음이 찌그러드는 번뇌의 바다다


하지만

채우는 배움은 마음이 산뜻해지는 정화의 샘물이다


배움으로 채우면 번뇌는 저절로 밀려난다


한때, 시간 여유 없는 내 마음을 보며

내심 이거 '학습중독 아닌가?'싶어

동네에 '학습중독 상담'이라 쓰여있는

심리상담 센터 간판에 눈이 갔지만


아직은 시간과 돈이 있다면

'상담'보다 '레슨'에 쓰고 싶어 안 갔다


그래도 내겐, '배움'으로 허송세월하는

죄책감이 있는 자, 그를 덜고자

배움의 과정을 밥벌이에 보탠다


나를 aca-leaner(학자-학습자)로

칭하고 나의 배움을 학술적인 글로 포장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전문성도 없고 돈벌이도 안 되는

가성비 별로인 나의 '배움'이 초라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그럴 땐 난

평생 홀로 배우며 사신

미켈란젤로 할배의 말을 떠올린다.


'난 여전히 배우고 있다'

Ancora imparo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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