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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홍 Oct 26. 2024

마음보신

도시러닝_영도깡깡이마을



찹찹한 바람이 불어오면 마음에도 보신이 필요한 법.


도시의 거리를 산책하듯 달린다.


저녁의 공기에 자동차 경적소리가 트럼펫 소리마냥 경쾌하게 박자 맞추고, 사람들의 하루가 녹아든 수다소리는 랩의 한조절 같기도 하다. 가끔가다 욕도 툭툭 뱉어줘야 하는.


영도의 거리는 저녁이면 가라앉는다. 낮으로 환한 용접 불빛을 쏘아대던 조선소의 노동자들이 떠나면 한낮의 열기만이 공기를 채운다. 쇠맛은 먼 곳으로 날아가지를 못하고 공기 안에 가둬져 있다. 대평동 아까 선창가 앞바다는 기름진 노을이 블루스를 춘다. 닿는 무엇이든 끈적하게 부여잡고 휘적댄다.

익숙한 도심은 뜻밖의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복잡하여 미뤄두었던 감정들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내가 사는 삶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나의 주도보다는 타인에 의해 맞춰 살아내고 있더라. 혼자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함런의 짜릿한 경쾌함에 취해 나의 주도가 아닌 그들의 주도하에 달리고 있는 나를 본다. 내 안의 목소리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 이 쫓아가려 애쓰는 마음꼴이 우습게 느껴지던 날이 있었다. 꼭 저 기름때처럼 타인에게 질척대고 있는 것만 같아 나 자신을 지워내고 싶은 날이 있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인간으로서 주변사람들로부터 애정과 관심, 존중, 소속감 등과 같은 욕구를 충족하며 그 관계 속에서 자아를 확인하고, 정체성을 충족하며 살아가길 원한다.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나의 자아가 그들 사이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받을 때 안정을 느끼고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때로 그러한 사회적 관계는 갈증을 낳고 갈증은 때로 목이 말라 갈구한다. 

타인의 마음으로도 채울 수 없는 마음이 있다. 타인의 시선과 관심은 결국 그들의 것이지 내 것이 되지는 못한다.

타인의 시선을 받아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보다, 내가 나를 더 끈적하게 바라보아야 할 일이다.

더 끈적하게 보듬고 어루만지고, 사랑할 일이다.


툭툭 나를 건들던 하나에 물음에 몰입해 뛰어 들어가다 보면

그 끝은 꽤 그럴싸하게 엔딩 지어져 있거나,

다시 얌전히 꼬리를 내리고 곤히 잠들어버리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는 가끔 이렇게 천천히 달리며 느슨해진 가슴 언저리에 스스로 근육을 만들어 채워 넣어야 덜 아프다.


6월 24일 오후 7시 42분

우리는 결국 같은 시간, 같은 하늘을 바라보지만,

결코 하나 될 수 없는 타. 인.으로

이 세상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건 나의 마음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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