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
오롯이 나의 기쁨을 생각한다.
나는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에 들어가 있을 때 황홀경에 빠진다.
매일 아름답지 않은 일출과 일몰은 없지만,
유독 맑은 파란 하늘 아래 섰을 때 나는 이유 없이 행복감이 밀려온다.
한때는 내 기분과 상관없이 별스럽게 맑은 날에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허나 요즘은 내 기분을 날씨가 이긴다.
짙은 파란시간을 비집고 새어 나오는 주홍의 여명을 좋아한다. 이윽고 밝아오리라는 자연이 알려주는 섭리. 내 삶 또한 꼭 그러하리라는, 신의 가호가 나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지라는 뜻을 받들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보랏빛 여명. 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빛 내림. 깜깜한 밤하늘 무심히 떨어지는 별똥별을 하필 내가 마주한다면 우주의 어떠한 신호라도 받은 듯 감격의 기쁨을 느낀다.
시린 겨울 밀어내는 온기 담은 따뜻한 손.
겨울 끝자락을 간지럽히는 춥파춥스 매화향, 달빛에도 빛나는 목련과 4계절 품고 흩날리는 벚꽃 잎은 설레는 기쁨이다.
초록이 무성한 6월의 바람과 세찬 장맛비.
모조리 엎어버리는 태풍의 위력 앞에 잘난 놈도 못난 놈도 한결같이 자그매지는 것이 조금은 위로가 되는 삶이다.
봄만큼 화려히 잎 떨구는 가을이 나에게는 마지막 계절인 셈이고
봄을 잉태하는 겨울이 시작이 된다.
나의 시작은 겨울이었지만 마지막은 푸른 잎도 꽃이 되는 가을처럼 기쁘게 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