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기술
남편이 결혼 전부터 키우던 강아지가 있다. 강아지의 이름은 뚱자. 주중에는 남편과 내가 둘 다 일을 하느라 돌보지 못해서 시어머니께서 봐주시고, 금요일 오후에 데리고 와서는 주말 동안 같이 있다가 일요일 오후에 다시 본가에 데리고 간다. 견종은 푸들인데, 푸들의 특성은 공감 능력이 좋고, 영리하며, 예민하다는 점이 있다. 그런데 이 강아지의 예민함이란 푸들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해서 차만 타면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헉헉거리기 일쑤다. 왔다 갔다 할 때마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뚱자를 보며 나도 모르게 "힘을 조금만 빼면 편할 텐데.."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뚱자를 본가에 데려다주고 나면 뒤돌아서기가 무섭게 보고 싶지만, 한편으로 육아에서 벗어난 것처럼 홀가분하다. 주말 동안 뚱자를 돌보면서 하지 못했던 것을 일요일 저녁에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시간을 가진 뒤 밤에는 조깅을 하러 가기로 했다. 비가 올 것처럼 천둥 번개가 치길래 속으로 '앗싸' 쾌재를 불렀는데, 운동을 하라는 신의 계시인 건지 비는 오지 않았다. '이럴 거면 왜 하늘은 그렇게 난리를 쳤담..'
남편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미리부터 커플 운동복을 사두고 조깅을 준비했다. 나는 아무래도 운동을 즐기는 쪽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함께 뛰겠다고 약속한 것이 있어서 나오긴 했는데 왜 이렇게 몸이 무거운 것인지. 처음의 호기로웠던 마음과 다르게 걸음이 느려졌고, 남편은 내가 뛰는 것을 보더니 "발바닥 전체가 닿는 느낌이 들어야 돼" "숨을 두 번 내쉬고 한 번 들이쉬어. 박자를 타면 달리기가 훨씬 쉬워져." 등의 조언과도 같은 지적을 하기 시작했다. 몇 번은 "아. 그래, 그렇게 해 볼게!"라고 웃으며 호응을 하다가 계속되는 지적에 "나 안 해!"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럼에도 남편은 끊임없이 내 자세를 보면서 "걷듯이 뛰어야 안 다쳐" "팔동작이 크면 숨이 빨리 차"라고 하며 자세를 고쳐주려고 했다. 그러다가 미안한지 활짝 웃어 보이는 그에게 나도 미안해서 최대한 자세를 고쳐 보려고 애썼지만, 오랜 시간 축적된 나의 자세는 쉽게 고칠 수가 없었다. 이것은 오래 달리기보다 빨리 달리기에 익숙했던 자세였다. 오래 달리려면 온몸의 힘을 빼야 하는데, 말이 쉽지, 그게 쉽게 되냐는 말이다.
많은 운동에서 힘 빼기를 강조한다. 몇 년 전에 잠시 배우다가 지금은 하지 않는 골프도 역시 힘을 빼기가 어려워서 즐기지 못하고 도중에 그만두었던 기억이 난다. 테니스 엘보도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질 때 과도하게 근육을 사용해서 생기는 병이다. '힘을 빼면 쉬울 텐데'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정작 힘을 빼는 방법은 누구도 알려준 적이 없다. 아니, 알려줘도 쉽게 할 수가 없다. 힘을 빼고 편안해지고 싶지만 아마도 그것을 가장 못하는 것은 내가 아니었을까. 뚱자가 힘을 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나와, 달리기를 할 때의 내 자세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남편의 모습이 갑자기 겹쳐 보였다.
그래도 계속 지적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