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들어갈 때 꼭 함께 들어가야 하는 것, 핸드폰이다. 왜 나는 화장실에 갈 때도 핸드폰과 함께여야 하나. 핸드폰이 없으면 불안한가? 잠깐 앉아 있는 시간에라도 뭘 봐야 하고, 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걸까? 한 번쯤은 한 손이 가볍게 들어갈 수는 없는 건가?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어김없이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고 단 2분이라도 핸드폰과 헤어질 결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화장실에 핸드폰을 갖고 들어가지 않을 때의 장점이 있다. 우선 각종 세균들로부터 핸드폰을 보호할 수 있다. 변기보다 핸드폰이 더럽다고 하지만 일단 변기로부터라도 핸드폰을 멀리 두면 일상이 조금이라도 더 깨끗해질 것이다. 또한 전자파로부터 잠시 해방될 수 있다. 매 시간 각종 전자 기기를 사용하며 덤으로 받는 두통과 눈 시림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곳은 어쩌면 화장실 외에는 딱히 없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게 생각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실험을 해 보고자 핸드폰을 충전기에 꼽았다. 때로 인간의 의지는 어떤 환경을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브런치에서 연재일을 지정하고 그 전날 알림을 받는 것처럼. 핸드폰을 충전기에 꼽는 순간 나의 뇌는 핸드폰을 화장실로 갖고 갈 수 없음을 인지하고 그것을 갈망하는 것으로부터 마음을 접는다. 그러나 변기에 앉자마자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나의 손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하며 눈은 허공을 바라보는 와중에 드는 생각,
'아.. 할 거 없는데'
하지만 나는 할 것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는 내가 할 것에만 집중을 하면 된다. 그러면 요동치던 마음은 고요해지고 호흡에 집중하며.. 어렵다는 명상의 경지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강아지도 배변하는 순간에는 그 행위에만 집중한다. 인간을 다른 종보다 뛰어나게 만든 것 중에 하나로몰입하는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 손에 들린 그것일 수도 있다. 핸드폰은 세상을 이롭게도 하지만 병들게도 한다. 예를 들면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인간의 모든 문제는 혼자 조용히방 안에 앉아 있지 못하는 것에서 온다.'라고 프랑스의 심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파스칼이 말했다. 현재의 우리는 혼자 있을 때조차 혼자가 아니다. 그러니 오늘은 잠시나마 핸드폰과 함께가 아닌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몇 개에도, 이제 해져서 바꿀 때가 된 목욕 타월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