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있는 식물들이 걱정되는 계절이 왔다. 아침에 반갑게 창문을 열던 것이 꺼려지고 퇴근 후 집에 오면 차가워진 집을 데우기 위해 집안 온도를 먼저 올린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몸도 적응하지 못하는지 잠에서 깰 때마다 온몸 구석에서 뻐근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몸의 면역력이야 잘 먹고 잘 자면 나아질 것인데 정신의 면역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이 생각이 들고부터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일기를 쓰는 것과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의 공통점: 쓰고 나면 어딘지 후련해진다. 차이점: 일기는 나의 내면을 향해 있지만 브런치는 외부를 향해 있다. 임홍택 작가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쓰라 했지만 나는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줬으면 하고 바라는 쪽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 여기 있어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마음으로쓴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일들로 인간이 싫어지는 경험을 했다. '인간 혐오', 'people hater'라는 말풍선이 내 머릿속 한 구석에 자리 잡으며 다음 연재는 이걸로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진 것처럼 더 이상 새로운 만남을 갖고 싶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를 대하는 직업과 취미를 가지고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서도 그 과정이 마냥 꽃길만은 아니란 것을 잊고 있었다.
정해진 규칙, 시간 약속, 자신이 갖게 됨으로써 남에게서 뺏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해서 잊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는 것에는 에너지가 든다. 그렇기에 누구나 독서 모임을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에 답하는 사람이 적었던 걸까? '나 같으면 그렇게 하지 않을 텐데..'라는부질없는 아쉬움이 든다.
인간 혐오를 떠올리면서 자기 검열 또한 심해졌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혐오의 대상이지 않았을까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자기 성찰은 필요하지만 외부에 실망할 때마다 그 화살을 자기에게 돌리는 것은 좋지 않다. 좋은 것만 기억한다는 개들처럼 나 역시 나쁜 것은빨리 잊고 좋았던 일들을 기억하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으로 얻은 상처는 또 다른 사람으로 치유가 될 것이다.인간 혐오, people hater라는 단어 속에는 나에게 소중한 '인간'들도 있으며,나도 역시 그들에게는 소중한 한 인간일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이런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안전하기를 매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