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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시도는 때로 독이 된다.

중요한 것은 준비와 타이밍

by 윤영

자기 계발서나 영상을 들으면 꼭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을 읽고 시도하지 않는 것은 책을 읽지 않은 것과 같고,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바로 하라는 이야기들.


'시도를 잘하는 것이 과연 성공으로 연결될까?'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빠르게 실행했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믿었던 내게 하나의 질문이 맴돌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내가 내린 답은 '아니다.'였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시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지, 시도한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도만 하면 다 잘 될 것 같아서, 바로바로 해야만 할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났었고 시도를 못하면 발을 동동 구르던 어릴 적 내 모습을 생각해 본다. 그때 바로 시도하지 않고, 준비하는 것에 조금 더 심혈을 기울였다면 시행착오로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을 텐데.. 연습과 계획이 없는 시도는 성공 확률을 낮추고 오랜 시간 같은 장소에 머물게 하며 시간이라는 기회비용을 앗아간다.


유튜브, 브런치 등에 쏟아지는 창작물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이는 양으로, 어떤 이는 질로 승부한다. 올 4월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연재일을 늘리면서 글을 쓰는 날도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글로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이 생겨서 내 안에서 생각이 충분히 쌓이기도 전에 내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러고 보니 발행한 글의 양은 늘었지만 숙성되지 않은 글이 산재해서 그것들을 다시 들여다 보기도 겁이 났다. 처음엔 좋아서 구독한 채널이라 해도 매일 같이 알람이 뜨면 잘 보지 않게 되는 것이 심리 아니던가? 나에게 반가운 글은 충분한 생각과 고민이 담겨 있는, 너무 짧거나 길지 않은 간격으로 올라오는 글이었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는 사람이고 싶다. 진심으로 쓰려했던 글을 쓰기 위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시도를 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며 나 자신에게 주는 점수가 꽤나 후했던 지난날의 나를 생각하면 글뿐 아니라 음악이나 일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서 부끄러워진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도하고 그에 만족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좋은 결과물이 아닌, 시도 그 자체를 위해서 소비한 시간이 길었다.


나무를 베는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처음 4시간은 도끼를 가는 데 쓰겠다는 링컨의 말을 떠올린다. 도끼를 갈지 않고 나무를 베는 것에만 급급하면 체력은 금방 소진되고, 도끼도 망가질 것이다. 그렇기에 성급한 시도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준비하는 시간과 적절한 때를 아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시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느껴진다.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있다면 링 위에 올랐을 때 더 빠르고 자신 있게 하려던 것들을 해낼 수 있다. 기다릴 줄 아는 것이야말로 나를 믿어야만 가능한 것이니 조바심 대신 자신감을 가져 본다. 올 해가 가기 전에 나에게 꼭 필요했던 질문이 찾아와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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