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릇'을 읽은 후에 느낀 점
'좋은 대화를 잊을 수 없고 나쁜 대화는 견딜 수 없다'는 문장이 나에게 어떤 캐치프레이즈처럼 남아 있다. 좋은 대화를 하면 시간을 충실하게 보냈다는 느낌이 들고 나아가 인간관계를 좋게 유지할 수 있다.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을 고르던 중에 어떤 분께서 토론을 잘하기 위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셨는데 잠시 생각해 본 뒤에 '좋은 토론은 좋은 대화가 먼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다들 좋은 대화에 관심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대화의 밀도' - 류재언, '우리 편하게 말해요' - 이금희 등의 책을 읽어본 뒤에 최종적으로 낙점한 책이 바로 이 책, '말 그릇'. 다른 책들은 특정 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이 책은 말하기와 듣기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 좋았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말'에 서툴다.
p06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좋은 방식으로 말하게 되기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이를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책에서 말하는 핵심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말하기 전에 나의 감정을 파악하기
잘 말하고 싶다면 경청하기
당신의 말은 당신을 닮았다.
p19
나의 말은 과연 나를 닮았을까? 나는 80%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말하기 전에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면서 습관처럼 yes라고 말했던 것들을 조금씩 버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속상하거나 섭섭한 상황이 생길 때 '내가 참으면 되지 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진 않겠지'라고 묻어버리곤 한다.
작가는 이런 대화 유형을 '호수형'이라고 한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화가 나도 일정 수준에서 넘어가고 기쁜 일에도 적당히 넘어간다. 하지만 호수는 고여 있다. 고여 있는 감정은 썩게 되고, 그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결국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터져 버린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묻어두는 쪽에 가까웠다. 첫째의 참을성, 책임감 뭐 그런 것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우리 가족의 모습에서 기인한 것도 있다. 서로를 배려하려다가 더 표현하지 않고 직접적인 대화를 피하는 경향도 있었다. 가끔 한 다리를 건너서 내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꼭 섭섭함이 생겼다.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속에서 감정이 고이고 그 감정은 썩기 마련이다. 그래서 최근의 나는 웬만하면 용기를 내서 의문이 생겼을 때 물어보고, 찝찝한 감정을 꺼내어 얘기하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바람직한 대화 유형은 '수도꼭지형'이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대화를 할 때 물의 온도를 선택하고, 필요할 때는 원하는 만큼 조절한다. 상대는 갑작스럽게 변하는 온도에 놀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이렇게 감정 표현이 정확한 사람은 목적에 맞는 말을 꺼내어 사용할 줄 안다. 놀란 마음에 엉뚱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해결해야 할 감정을 모르는 척 미루어두지 않는다.' (p91)
이것만 기억해도 내가 감정을 꼭 껴안고 살다가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만의 공식(가치관)이 있듯이 상대에게도 그런 공식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우리의 말 그릇은 조금 더 넓어질 것이다.
좋은 대화를 이어나갈 때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경청의 세 가지 포인트는 Fact(사실 듣기), Feeling(감정 듣기), Focus(핵심 메시지 알아차리기). 저자는 상대가 나에게 어떤 힘든 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상대의 감정을 인식하고 인정해 주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깊이 있게 듣는 것, 즉 경청이 필요하다. 사람의 감정과 메시지를 찾아내려는 집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말을 끝까지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중간에 말이 잘리면, 자신의 끊어진 말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미 타인이 하는 말에는 100% 집중할 수가 없다. 상대가 하는 말에 온전히 집중을 해야 질문을 이끌어 낼 수가 있고 그 질문은 곧 내가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질문은 상대를 대화에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5:5 비율의 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한때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왜 이렇게 질문이 없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관심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질문도 많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질문을 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음을 안다. 좋은 대화에는 관심이 많지만, 질문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문장을 전하고 싶다.
질문할 때 필요한 것은
높은 수준의 화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이다.
p228
거기에 약간의 적극성이 더해지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