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날 잘 모른다

파랗고 차가운 새벽

by 아진

파랗고 차가운 새벽.

비오는 날 처마 끝.

낮게 늘어지는 음악.

아무도 없는 안개 속을 달리는 자전거.

나는 친구가 많다.

에너지도 넘치고 재치도 있다.

어딜 가든 '이자리에 너가 빠지면 안되지'라고 나에게 얘기한다.

세상에서 술을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으로 술자리를 좋아한다.

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고 술이 없더라도 사람들이 있으면 좋다.

그런데 왜 마음에 남는 순간들은 축축하고 어둡고 파랗고. 깊고 쓸쓸한걸까.

파랗고 차가운 새벽을 맞이할 때, 이른 아침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눈을 감은채 들을 때, 혼자 벤치에 앉아 같은 노래를 반복해 들을 때, 아무도 없는 밤안개 속 자전거를 탔던 그런 때 말이다.


나는 사람들이 좋지만 그래서 외롭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날까 두렵고, 나에게 단 하나의 사랑이 없을까 두렵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외로움에 대해 고민하는 건 누구나 깊은 곳에 같은 마음을 갖고 있겠지만 요즘 들어 특히 더 두렵고 어렵고 외롭다.


가끔은 이런 내 마음이 안쓰러워 눈물이 난 적도 있다.

마음과 관계.

세상에 쉬운건 없다지만 내가 가장 마음을 쏟는 일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

여전히 나는 날 잘 모르나 보다.

작가의 이전글내 꿈은 목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