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란 그런 건가 보다

발이 젖어들어도 얼마든지 내버려 둘 수 있는 것

by 아진

sns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후 소식을 모르고 살던 친구의 계정을 우연히 보았다
별다른 설명 없이 본인이 취미로 찍은 사진만 있는 계정이었다

사진엔
함께 다녔던 고등학교 교실의 사진도 있었다
맞아 그 친구랑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었지
벌써 몇 년 전이더라

...

친구가 찍은 사진엔 열린 창으로 옅게 흔들리는 커튼도 보였다
그 교실의 공기가 느껴는 것 같았다
새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 잔디밭에 섞인 이슬 냄새와
오래된 커튼에서 나는 조금은 눅눅한 냄새

사진을 본 지 꽤 지났는데도
여전히 기분이 묘하다

지금
늦겨울과 봄이 시작되는 그 사이

아직 찬 공기가 느껴진다
공기를 느끼며

매일 같은 굣길에서도 내일의 나를 기대했던,

젖은 잔디냄새를 맡으며 등교하던 19살의 나를 떠올린다

사진이란 그런 건가 보다


멈춰 세는 것

떠오르게 하는 것
감정의 파도에 발이 젖어들어도 얼마든지 내버려 둘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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