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쉬운 책 쓰기가 진짜다.

책을 쓸 때도 순서가 있다. 제목과 주제를 정하고 목차와 서문을 적은 후에 본문을 적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 순서를 따르려고 했었다. 그런데 금세 지쳐버리고 포기하려는 나 자신을 보게 됐다. 프레임은 일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제공해주는 것 같지만 막상 실행하려고 보면 나를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부터 나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책상에 앉아서 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 머리는 유연하지 않지만 내 손가락은 천재다. 우주의 지식창고와 직접 연결돼 있다. 생각으로는 결코 들어갈 수 없는 그 창고에 손가락을 움직이는 순간 접속하게 된다. 신비롭고 비밀스런 일이다.

그냥 쓰기 시작하면 비로소 머리가 돌아가고 뭘 써야할지가 생각난다. 그렇게 손으로 쓰기와 생각하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환한다. 물론 평상시에 뭘 쓰면 좋을까 생각은 한다. 일단 책 쓰기로 마음을 먹고 나면 작가의 뇌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일상에서도 마음 한 구석은 글감을 발견하려는 눈이 항상 떠 있는 것이다.

책을 쉽고 빠르게 쓰는 최고의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냥 앉아서 적어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 달음에 처음부터 끝까지 써버리는 것이다. 이 둘을 못하면 책 쓰기의 완성 가능성은 계속 낮아진다. 이 둘을 방해하는 것은 그저 인식의 한계일 뿐이다. 뭔가 미리 준비를 하고 단계별로 일정 기간 공을 들여서 써야 한다고 생각을 굳힐수록 책 쓰기는 불가능해진다.

책은 마음이 생겼을 때 그냥 그 자리에서 한 방에 끝내야 한다. 이것이 책 쓰기의 일급비결이다. 이외의 것들은 부수적일 뿐이다. 책 쓰기의 형식의 완성, 이것이야말로 책 쓰기의 핵심이다. 다른 말로 실제로 책을 완성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책 쓰기는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나누는 한가한 잡담이 되어야 한다. 마음도 몸도 정신도 그렇게 여유롭고 편하고 기분좋고 또 하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인식만 살짝 비틀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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