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 때 복싱 동아리에서 운동을 했다. 군 제대 후 공부는 열심히 안하고 다른 곳을 기웃거린 거 같다. 처음에 운동을 시작할 때 복싱에 대한 환상이 심했다. 내가 아는 복싱은 프로 선수들의 시합이나 복싱만화에서 본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날아오는 주먹들을 매트릭스의 주인공처럼 피하고 멋지게 카운터를 날리는 상상을 하면서 체육관을 다녔다. 아마 복싱이 아니라 성룡 영화에서 본 취권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지만 내가 만족할 만한 실력은 쌓이지 않았다.
그렇게 운동을 하던 중에 전국대학복싱동아리연합대회 공지가 떴다. 지금까지 기본을 다졌다면 이제는 실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때까지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렇게 시합을 앞둔 어느 날 이웃 대학과 친선경기를 갖게 되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상대는 나보다 운동한 기간도 짧았고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링에서 처음 실전을 맞이했다. 그리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실전은 그때까지의 내 생각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방어와 공격 방식이 실전에서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복부를 강타당한 충격 등이 어우러져 나는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
나의 운동은 그때부터 새롭게 시작되었다. 리셋이었다. 실전에 통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에 철저하게 실전중심의 복싱을 했다. 짧은 기간에 내 실력은 빠르게 좋아졌다. 그리고 시합 날 두 번의 경기를 거쳐 최종 우승을 맛보았다.
이왕 책 쓰기에 관심을 가졌다면 복싱처럼 하기를 권한다. 사실 나도 이 사실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실전에 통하지 않는 환상적인 책 쓰기에 빠져 다 한 권도 쓰지 못했다. 책을 쓰기 위해 많이 애쓴 것 같은데 막상 책을 쓰려고 하면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실전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 몰입 책 쓰기는 복싱으로 말하면 스파링이나 시합에 해당한다. 실전이다. 실전이란 내 일상에 직접 적용한다는 말이다. 머릿속의 생각이 아니라 몸이 부딪히고 글자가 부딪히며 책의 모습이 탄생한다는 뜻이다. 실전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실전을 통해 비로소 본질을 알게 되고 단순해지며 강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