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왔다. 3도 화상으로 한달 입원 후 퇴원했다. 혼자 집을 지키던 아버지는 특유의 무뚝뚝함으로 별 말이 없다.
2022년 올해만 5번이다. 부모님이 응급실에 실려간 횟수다. 멘탈이 약한 나는 거의 노이로제에 걸렸다. 늘 아버지가 아프고 다쳤는데 이번엔 어머니였다. 중환자실에서 싸맨 붕대 사이로 누런 진물이 뚝뚝 떨어지는 어머니를 보고 정신줄이 끊어졌다.
며칠 전 건강검진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인바디가 고장난 줄 알았다. 몸무게가 5키로나 줄어 있었다. 64에서 59로.
나는 40대 직장인이다. 4개의 세계에서 산다. 아들로서 노부모를 살펴야 하고, 남편과 아빠로서 가정을 지켜야 하고, 직원으로서 조직생활에 적응해야 하고, 인간으로서 자아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어느 것 하나 잘 하는 게 없다. 4개의 세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딜레마다.
문득 이런 깨달음이 왔다. 딜레마의 상황에서 솔루션은 그 안에 없다. 다른 것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딜레마에 머리를 처박고 있으면 숨막혀 죽는다. 몸과 마음이 시들고 결국 악수를 두게 된다. 그전에 빠져나와야 한다.
목표의 의미를 바꿨다. 뭔가를 바라고 얻으려고 하는 목표는 결과적으로 문제만 일으킬 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얼마를 벌겠다던지 출판을 하겠다던지 하는 목표 말이다. 결과에 집중하면 조급해지고 정작 중요한 걸 못 보게 된다.
목표는 쳇바퀴를 만드는 것이다. 체계라고 해도 좋고 시스템이라고 해도 좋다. 눈덩이를 굴리는 것 같은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 목표를 이렇게 바라보면 매일 매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결과는 이 쳇바퀴가 완성되는 날 저절로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책읽고 글쓰고 운동하고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쳇바퀴를 굴린다.
어머니가 웃었다. 답답하던 집에 숨통이 트였다. 긴 병원 생활에서 깨달음을 얻으셨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