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반대하는 건 하나도 안 무서워. 정말 무서운 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거지."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치매환자로 나오는 배우 박인환이 했던 말이다. 문득 내 모습이 보이는데 뭔가 이상하다. 지금껏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면서 남들이 반대하는 것만 무서워하고 있었다. 반대를 당할 게 두려워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아보지도 않았다. 이런 내가 치매환자와 다를 게 뭐가 있나. 나는 그동안 자발적 치매를 앓아 왔던 것이다. 기억하면 힘들어질까 봐 기억의 문을 스스로 닫고 있었다.
자발적 치매가 고착화되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기억의 문을 열어야겠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으로 삶을 만들지 기억하고 찾고 생각하고 움직여야겠다.
나를 자발적 치매 환자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처음으로 나를 드러냈다가 주위의 반응에 상처를 입고 마음을 닫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부터 나를 보여주고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 두려워졌을 것이다. 그리고는 쉬운 길을 택한다. 진짜 내 모습 대신 사람들이 칭찬해주고 웃어주는 이미지로 나를 가리는 것이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는 뒤편에 숨어 살게 된 것이리라.
두려움, 책임감, 의심, 이 세 가지 마음으로 인해서 지금껏 나를 속여온 게 아닐까? 무의식은 우리 마음이 상처 받는 것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그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다. 무의식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내 진짜 모습을 자꾸만 가렸던 것이다. 진정한 나를 만나려면 세 가지의 무시무시한 괴물을 물리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무의식에게 반대로 말해주려고 한다. 그 괴물들은 사실 내가 자유로워지기 위해 만나야 할 세 명의 친구들이라고 말이다.
내가 원하는 삶, 내가 의도하는 삶을 위해서는 내가 삶의 주체로 우뚝 서야 한다. 주인과 노예의 삶 중에 무엇을 원하는가? 단순히 말로만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어느 쪽을 택하고 있는가? 노예가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피할 수 없다. 노예는 주인이 정해주는 대로 움직이면 되지만, 주인은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을 믿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려운 마음이 들 수는 있겠지만, 그 두려운 마음은 주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사람을 가장 진지하고 진실하게 만들어주는 상황은 죽음이다. 우리는 모두 죽음 앞에서 숙연해지고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나는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죽을 것이다. 죽으면 배우 박인환처럼 모든 걸 잊게 될 것이다. 이 삶은 마치 치매 환자의 사라진 기억처럼 무로 돌아갈 것이다. 자 무엇이 두려운가? 남은 내 생을 세 가지 괴물들 때문에 모른 채 할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과 책임감과 의심을, 분명한 의도와 책임의 자발적 수용과 행동을 통한 확고한 신념으로 바꾸어 깨어날 것인가?
나는 지금 여기서 자유롭다. 나는 괴물들이 나를 공격하기 전에 괴물들을 향해 돌진한다. 자신의 굉장한 세 가지 능력을 기억하자. 우리는 두려운 상황을 피하지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온전히 책임질 수 있다. 우리는 오지 않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당연한 듯 실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