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쓴다고 하면 우선 드는 생각이 글도 잘 못쓰는데 어떻게 두꺼운 책을 쓰는가 이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골리앗이 무시무시한 거인인 점을 다윗은 오히려 자기가 이길 수 있는 지점으로 보았다. 마찬가지로 한 편의 글보다 한 권의 책이 거인처럼 보이지만 그래서 쓰기가 더 쉽고 편할 수도 있다. 짧은 글은 문장력을 보지만 긴 책은 그 속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를 보기 때문이다.
책이 중심이고 글은 부수적이다. 예를 들면 맞춤법을 겁내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스템적으로 맞춤법을 확인할 수 있다. 글의 스타일이 덜 대중적이라고 느껴진다면 시대에 맞게 고쳐줄 인력도 있다. 모두 내 책이 완성된 후의 이야기다. 말하듯이 책을 쓰고 그 속에 자기 생각만 선명하게 살아 있으면 된다.
사실 글을 잘 쓰는 것과 책을 잘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물론 어느 정도 관계는 있겠지만 글을 잘 쓰는 이들이 자신의 책 한 권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을 잘 써서 책을 쓰게 되는 것 보다는 우선 책을 써서 글쓰기 실력도 좋아지는 것을 택하겠다. 이것이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책 쓰기는 글쓰기보다 훨씬 만족감을 준다. 그 안에 담긴 생각의 깊이와 농도가 더 진하기 때문이다. 이는 책 쓰기라는 작업에 담긴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그만큼 책 쓰기라는 형식의 완성은 많은 영향력을 가진다.
그렇다. 책 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내용보다 그 형식의 완성이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두 손으로 두드려 만들어낸 책의 모습을 가진 문장으로 된 자본,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책 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