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뉴욕, 다시 만난 오래된 벗

조깅에 미친 자들의 도시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 마음이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십여 년을 살아낸 도시라 그런지, 반가움보다는

“아, 여전히 있구나”

하는 시큰둥함이 앞섰다.

마치 예전 옆자리에 살던 이웃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처럼 말이다.


그러나 도시라는 녀석은 묘하다. 처음엔 변하지 않은 듯 보이다가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예전의 구석구석과는 다른 얼굴을 내민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길거리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한 블록을 지날 때마다 구걸하는 이들과 눈을 마주치곤 했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덕분에 맨해튼 골목을 가득 채우던 ‘예상치 못한 냄새들’도 많이 사라졌다. 도시의 공기가 조금은 말끔해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왜 그렇게 달리는 사람들이 많은지.

아침이든 저녁이든, 나이키며 온러닝 조깅화를 신고 거리를 뛰는 뉴요커들이 도시를 가득 메웠다. 십 년 전만 해도 룰루레몬 레깅스가 압도적인 패션 코드였는데, 지금은 러닝화가 사실상 교복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당신이 뉴요커처럼 보이고 싶다면, 비밀은 간단하다. 그냥 조깅화를 전투화처럼 평상시에도 그리고 운동할 때에도 신고 있으면 된다, 그리고 satisfy 상하의를 일상복화 하라.


뉴욕에서 다시 만난 친구들, 거리의 상점주인들과의 대화는 한국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내가 “지금은 서울에 산다”라고 하면, 다들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강남에 가면 진짜로 말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냐?”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이제는 오징어게임, BTS, 블랙핑크, 김치, 삼겹살, 심지어 명동교자까지. 한국은 뉴욕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도 제법 근사한 주연 배우가 되어 있었다. 동네 큰 형님이신 군만두 미식왕 형님께 드릴 술선물을 사러 근처 주류점에 들렀는데 백발의 점장 할아버지가 “명동교자, 정말 맛있냐”라고 물어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자세히 보면 강아지와 사람 간의 목줄의 위치가 바뀌어있다. 인간들을 산책시켜 주는 책임감 있는 뉴욕 강아지들)
(개인적으로 최고의 서브 샌드위치인 ’ 저지마이크‘ 못 먹고 가나 했는데 다행히 달라스행 라과르디아 공항에 매장이 있어 운이 좋았다)


도시는 여전히 분주했고,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어깨를 펴고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예전처럼 마음이 흔들리진 않았다.

뉴욕은 여전히 살 만한 도시지만, 이제는 출장으로 잠깐 들르는 편이 훨씬 낫다. 가끔은, 오래 알고 지낸 벗과는 거리를 두어야 관계가 더 깊어지는 법이니까.


당신이 아직 젊고, 혼자라면 뉴욕은 분명 살아볼 만한 도시다.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뒤섞인 이곳에서의 2년은 인생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라면? 글쎄, 그건 조금 다른 문제다.


그래도 나는 뉴욕을 좋아한다.

내게는 이제 오래된 벗 같아서,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 한구석이 편안해지는 존재다.

그렇다고 다시 함께 살고 싶진 않다. 벗은 벗으로 남을 때, 더 오래 그리울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