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도파민과 육수짜내기의 진수, 러닝

쾌락과 고통

『도파민네이션』을 읽고

새벽 다섯 시면 눈이 떠진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뛰러 가야 한다.’

예전 같으면 “조금만 더 자자”라며 협상을 시도했겠지만, 이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 달리기는 이미 나를 점령했다. 하루 10킬로미터, 최근 나의 월런마일리지는 200 킬로미터가 훌쩍 넘는다.


『도파민네이션』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이게 바로 ‘도파민 균형의 법칙’이라는 걸. 인간의 뇌는 쾌락과 고통이 저울처럼 연결되어 있어, 한쪽이 내려가면 다른 쪽이 반드시 올라간다고 한다. 그걸 책에서 읽었을 땐 머리로 끄덕이던 것이 이제는 몸이 움찔, 하고 이해한다.

비 오는 날, 미세먼지 심한 날, 컨디션이 바닥인 날에도 나를 신발끈 앞으로 끌고 가는 힘. 그게 고통의 끝에 피어나는 도파민이었다.

아, 워낙 땀을 육수처럼 뿜어내는 몸이라 선크림을 생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출 전 런을 마무리하려면 새벽 5시 기상은 필수인 것은 치명적이긴 한데 몸이 이미 더파민에 중독되어 “새벽 다섯 시면 눈이 떠진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이상하게도 뛰기 시작하고 나서 체질이 변했다. 예전엔 식단이 조금만 무너지면 바로 티가 났다. 그런데 요즘은 흰쌀밥에 순두부국밥을 먹어도 별일 없다. 몸이 달라진 건지, 아니면 마음이 둔감해진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어쨌든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문장이 생겼다.


그 변화가 단순히 칼로리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뛰고 나면 몸은 지쳤는데 머리는 이상하게 맑다. 책에서 말하던 ‘고통이 쾌락을 되살린다’는 문장이 이런 뜻이었을까 싶다. 도파민은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나온다.


이쯤 되면 달리기가 아니라 일종의 도파민 관리 프로그램이다. 고통을 일정량 투입해 쾌락을 일정량 확보하는, 아주 단순한 시스템. 문제는 이제 이 프로그램을 멈출 수 없다는 점이다. 하루라도 안 뛰면 그날은 하루가 어딘가 비어 있다. 몸이 아니라 정신이.


예전엔 “유산소 운동은 선택”이었다. 이제는 “러닝이 없으면 불안”하다. 이쯤 되면 책에서 말하는 중독의 역설과도 닮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중독은 나쁘지 않다. 내가 나를 해치지 않고도 도파민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으니까.


결국 『도파민네이션』이 가르쳐준 건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단순한 사실이다.

쾌락을 좇으면 고통이 오고, 고통을 견디면 쾌락이 온다.

나는 그 단순한 진리를 새벽 다섯 시마다, 숨이 가빠지는 순간마다, 다시 체험하고 있다.

차라리 뛰는 게 낫다. 먹는 걸 줄이는 고통보다 뛰는 고통이 훨씬 ‘쾌락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