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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변호사 Mar 10. 2024

좋은 제안도, 검토 해주는 경우가 없다

- 에너지회사 근무하는 신일철님의 토로

■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외국계 에너지회사에서 신사업개발일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일을 하고 있습니다.


■ 20대 시절을 잠시 소개해 주신다면?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원하는 대학을 가지 못하였죠. 그래서 미국으로 도피성 유학을 떠났습니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미국에서 세상을 가까이 느껴보고자 했습니다. 그때 미군에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미군 사병들과 같이 지내면서 막연히 미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많이 달라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미군 사병들은 교육 수준이 매우 낮은 경우가 많았고, 개인적으로 충돌하는 경험도 종종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은 전체적으로 막강한 전투수행 능력이 있다는 것도 절감한 계기였습니다. 미군은 한국에도 주둔하고 있고 북한과 대치하는 중요 역량이기에, 복잡한 한반도의 역사와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였습니다. 우리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사회운동 그룹이나 사회단체, 정당 등에 대해서 평소 가지고 계시던 생각은 어떠셨나요


매우 중요한 사회적인 활동이고, 사회의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활동을 지지하려고 해도 참여의 폭이 매우 제한되어 있고, 개방된 플랫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경제 혹은 전공인 에너지 분야에 대해 정당이나 단체에 현장의 의견을 보내기도 해 봤습니다. 예컨대 의원실에 "이런 상황이 있으니, 개선책으로 이런 방안을 검토해 보시라"라고 의견을 보내 보는 거죠. 그런데 가부간 에 검토가 되거나 반려되었다거나, 피드백 자체가 전혀 없었습니다. 의원실 입장에서 웬 돈키호테인가 싶기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 말고 다른 전문가 분들에게 물어보니 본인들도 가금 정당이나 단체에 의견을 보내 보지만 피드백이 오는 경우는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정당이나 사회단체가, 시민들의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더 열려있는 제도를 갖춰가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는 간부가 없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그걸 안정적으로 제보받고 검토하는 플랫폼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당이나 사회단체를 운영하는 분들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하고 있는 편입니다만, 최근에는 제가 생각하는 저런 부족함 때문인지 일베적인 형태의 여론에 공격받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개선 및 대안모색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결국 시민들이 연대하고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풀뿌리 혁신, 혁명이 이루어진다면 정말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직장인으로서 사회참여에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유시민작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 철학적 지향점에 영감을 많이 준 분입니다. 한국사회는 민주화운동 과정과 그 과정에서 좋은 선배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좋게 개선시켜 나갔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 30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국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느낀 구체적인 얘기가 있을까요


진보적인 블록은 경제분야에서는 주류에서 밀려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자각과 인재 확보에 대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그룹에서 근무하면서 재벌이 한국사회에 미치고 있는 양쪽의 영향을 좀 더 객관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즉, 재벌은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경제적인 전문역량이 진보블록 전체에서 부족한 현실이 매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재벌은 이와 같이 개혁의 대상(특히 지배구조 문제에서 그렇습니다)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혁신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 사회의 자산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을 균형 있게 비판하고 동시에 적극적으로 칭찬해 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블록에서는 이 기준의 균형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합니다.


저의 부모님들께서는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십니다. 한국전쟁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십니다. 진보진영이 사회체제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는 큰 공포를 가지고 계십니다. 그래서 부모님과 사회개혁에 대한 토론을 하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정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40대들이 안전하게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얘기가 어떤 것일까요


저는 20살 전까지는 한국에서 살았고, 그 무렵의 한국은 개발도상국가였습니다. 저는 개발도상국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20살 이후에는 외국에서 보내며 또래들에 비해서는 넓은 스펙트럼과 균형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0대들이 꼰대(자신의 생각을 강요)가 되지 않고, 혁신성과 개방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같이 모색해 보고 싶습니다.


<직장에서의 신일철 님 : 본인 제공>


■ 신일철 님의 얘기를 들으며, 부쩍 성장한 시민들의 에너지를 어떻게 모아낼 수 있을지 숙제를 안은 기분이었다. 사실, 신일철 님이 지적한 정당과 사회단체의 체질개선은 이미 20년간 지연된 숙제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까지 지속된 학생운동에서 훈련된 사람들을 다 써먹은 이후, 정당과 사회운동은 그 자체의 역량으로, 학생운동 출신이 아닌 독자적인 시민활동가를 육성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일철이 얘기한 바와 같이 비전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면, 사회를 위해 일해보고 싶은 시민들은 여전히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참 희한한 대한민국이다.


신일철 님은 지금은 조국신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입장이지만, 민주진보진영의 새로운 40대들을 발굴하고 세력화하는 것에 흔쾌히 동감한다면서 이영수 지지선언에 함께 해주셨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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