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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tte Music Jun 05. 2024

엔믹스 미니 1집 <expérgo>

앨범 리뷰


지난해 믹스팝이라는 대중들에게 생소한 장르로 무장한채 치열한 4세대 케이팝 시장에 뛰어든 엔믹스가 다시 돌아왔다. 사실 그 명칭만 생소할 뿐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융합한 음악이라는 점에서 볼 때 엔믹스가 가진 믹스팝이라는 무기는 소녀시대의 <I Got A Boy>나 에스파의 <Next Level>과 같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기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엔믹스의 곡들은 앞의 두 곡과 다르게 대중들에게 좀처럼 익숙해지지 못하였다.


소속사 선배 그룹인 트와이스나 있지와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팀 컬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수 있게끔 방대한 세계관까지 갑옷처럼 두른 엔믹스였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다. 첫번째 싱글 <O.O>는 리스너들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도 분주하였고 이어지는 두번째 싱글 <DICE>에서는 이를 보완하고자 장르가 스위칭 되는 구간마다 이를 알리는 멘트를 삽입하며 피로감을 덜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흐름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명을 '눈뜨게 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expérgo'로 정할만큼 보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였다. 우선 대중적으로 여전히 생소한 존재인 믹스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선공개 싱글 <Young, Dumb, Stupid>에서는 모두에게 익숙한 동요의 멜로디를 따왔다. 뿐만 아니라 전작에서 아쉬운 부분으로 남은 연결의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보다 부드럽게 가다듬었다.


하지만 선공개곡의 역할을 잘 수행한 <Young, Dumb, Stupid>와는 대조적으로 타이틀인 <Love Me Like This>는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전보다 연결이 훨씬 자연스러워진 것은 맞는데 첫번째 싱글에서 느꼈던 분주한 느낌이 다시금 느껴지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빠르게 방향전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낮춰졌던 진입장벽이 다시 높아지는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허나 타이틀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는 수록곡들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이 앨범에서 특히 눈여겨볼 수록곡인 <PAXXWORD>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곡에서 엔믹스는 자신들이 가장 자신있어 하는 멤버 개개인의 음악적 역량을 한껏 뽐내는 것과 동시에 곡이 가지고 있는 무게를 최대한 줄여 이전 트랙에서 생긴 정서적 피로감을 모두 상쇄시키고 있다.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Just Did It>이나 나긋나긋하면서 감미로운 분위기의 <MY GOSH>역시 마찬가지로 이 앨범과 차후 발매될 디스코그라피에 있어 청사진이 되어줄 것이다.


데뷔 후 지난 1년간 엔믹스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데뷔 싱글과 두번째 싱글을 발매하였으나 많은 과제만을 남긴 채 아쉬운 마무리를 지어야 했고 멤버 변동마저 발생하였다. 다시금 심혈을 기울여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여 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는 듯 하다.


하지만 여전히 엔믹스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이들에게는 다른 케이팝 아이돌들과 비교하였을 때 우위에 설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가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멈춤 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역량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기회가 다시금 찾아온다면 분명 제대로 빛을 발할 날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무기를 결코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어찌 되었든간에 믹스팝이란 장르는 엔믹스의 음악적 모체이기 때문이다.


By Latte (23.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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