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엔믹스의 근간이 되는 믹스팝은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혼합한다는 특성상 태초부터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지 못했던 초창기 <O.O>나 <DICE>는 익숙하지 않은 장르와 계속되는 스위칭으로 피로감을 유발하거나 또는 스위칭 구간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하는 약점을 노출하였다.
이후에 발매된 이들의 첫 미니 앨범에서 익숙한 장르를 샘플링하고 믹스하는 방식으로 믹스팝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장르 스위칭의 불안정성은 완전하게 해소하지 못하였고, 결국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다음 앨범에게 배턴을 넘겨야만 했다.
이어지는 여름 싱글 <Roller Coaster>와 <Party O'Clock>은 서로 다른 장르가 스위칭 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아니라 시작점부터 두 장르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믹스팝의 범위를 넓히며 믹스팝 장르의 심리적 부담감을 낮출 수 있었다. 다만 이는 동시에 팀의 근간이 되는 믹스팝의 개념이 희미해지는 결과도 동반하였으므로 이 변화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마침내 믹스팝의 특성을 이해하고 다루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결과물이다. 선공개곡 <Soñar (Breaker)>부터 달라진 엔믹스의 모습을 체감할 수 있는데, 라틴 힙합에서 들릴법한 사운드를 전작 <Roller Coaster>에서 쓰인 투스텝 개러지와 근연관계에 있는 UK 개러지와 적절하게 혼합하여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앨범 타이틀 <DASH>에도 이어져 데뷔 2년 만에 비로소 완성된 형태의 믹스팝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구호와 함께 장르 스위칭을 하는 것은 전작과 같으나 정신없을 만큼 빠르게 이어지던 단점을 개선하여 여유 있으면서 곡의 중심이 되는 베이스 그루브를 살리는 선에서 스위칭하며 피로감을 낮추고 곡의 흥미는 배가시켰다.
이어지는 수록곡들의 퀄리티도 상당하다. 현악기로 포인트를 장식한 <Run For Roses>가 들려주는 엔믹스 스타일 컨트리 팝과 808 베이스에 기반한 <BOOM>, 저지클럽에 기반한 <Passionfruit>, 팝 장르인 <XOXO> 등 앨범 후반부에 위치한 곡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자아내어 엔믹스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데 분명한 역할을 수행한다. 앨범 전반부 <DASH>와 <Soñar (Breaker)>가 들려준 믹스팝의 색채를 희미하게 해 곡의 개별적인 퀄리티와는 별개로 앨범의 유기성 측면에서는 아쉬운 트랙 배치지만 엔믹스의 음악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측면에서는 이 또한 분명한 성과이다.
지난 여름 싱글 <A Midsummer NMIXX's Dream> 리뷰 때 말한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태생적인 특성 때문에 지난 2년간의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기나긴 여정 끝에 마침내 어두운 밤하늘 속에서 북극성의 별빛을 찾아냈다. 이 앨범으로 확립해낸 믹스팝의 정체성을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엔믹스가 우주에서 가장 밝은 별이 되는 것도 결코 꿈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