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소속 레이블 간의 분쟁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뉴진스가 2번째 싱글을 발매하였다. 이번 싱글에도 지난 디스코그래피와 마찬가지로 'Back to the 90s'에 포인트가 맞추어져 있는데, 바로 과거에 흥행했던 마이애미 베이스 장르의 복각이 그 골자이다.
마이애미 베이스 장르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면 1980년대 미국 마이애미에서 기원하여 해변에서 즐기기 좋은 파티 음악으로 흥행한 힙합 기반 댄스 음악으로 특유의 빠른 리듬과 베이스 라인 강조, 그리고 선정적인 가사가 특징이다.
미국 남부에서 인기를 끌어모은 마이애미 베이스는 장르의 전성기인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내에도 전파되었는데, 듀스의 <약한 남자>, 신화의 <으쌰으쌰>, DJ DOC의 <슈퍼맨의 비애>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마이애미 베이스 기반 곡들로 90년대를 향유한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듯하다.
이후 90년대 말부터 마이애미 베이스는 몰락하게 되지만 그 씨앗이 미국 남부에 뿌리내려 크렁크, 멤피스, 더티 사우스, 그리고 트랩 같은 장르로 새롭게 피어났다. 다시 말하자면 뉴진스의 이번 신괴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마찬가지로 뉴트로의 틀을 따르면서도 각각 전자음악의 하위 갈래인 저지 클럽, UK 개러지, DnB의 흥행을 이끌었던 전작 <Ditto>나 <OMG>, <Super Shy>와는 그 토대부터 다른 것이다.
그리고 곡의 토대가 다르다 보니 전체적인 모습도 달라보이고 자연스럽게 곡의 약점이 먼저 부각된다. 예컨대 파티에서 기원한 장르인 만큼 댄서블한 사운드는 전작과 피차일반이지만 전작에 비해 청각적으로 자극이 약하고 코러스 라인 역시 크게 강조되지 않아 듣는 이에 따라서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대로 강점 또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데뷔부터 뉴진스와 함께 한 음악 프로듀서 250의 높은 장르 이해도와 높은 수준의 퀄리티가 눈에 띈다. 90년대 당시에 유행했던 마이애미 베이스 장르를 수준 높게 재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뉴진스가 가지고 있는 밝고 산뜻한 이미지에 어울리게끔 잘 다듬었다. 여기에 아이돌 그룹 특성상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마이애미 베이스 특유의 성적인 가사를 뉴진스의 이미지에 맞게 재구성한 gigi 작가와 멤버 다니엘의 가사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싱글 발매에 앞서 뮤직비디오가 선공개 돼 다른 감성을 선보이는 수록곡 <Bubble Gum> 역시 궁극적으로는 <How Sweet>과 크게 다르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90년대 말~2000년대 초 중화권 청춘 로맨스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뮤직비디오와 이에 걸맞은 시티 팝 스타일 구성하며 경쾌한 이미지의 <How Sweet>과는 다른 모습을 연출하지만 이른바 뉴진스 풍 뉴트로 트랙이라는 점에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어쩌면 뉴진스에게 있어 지금의 상황은 위기일 수도 있다. 먼저 과거에 유행하였더라도 다시 꺼내어 보기엔 생소할 수 있는 장르를 선택하고 이를 자신의 음악 스펙트럼에 편입시키는 시도는 그야말로 도전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소속사의 경영 분쟁과 멤버 혜인의 발등 골절 부상으로 인한 활동 중단 같은 음악 외적으로 어수선한 상황까지 겹쳐있다 보니 위기의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여러 상황이 겹친 상황에서 스펙트럼의 변화까지 이어지다 보니 이번 싱글에 실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뉴진스는 뉴진스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도전은 상업적으로는 아슬아슬했지만 음악적으로는 꽤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다. 먼저 장르의 수준 높은 재현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하였고, 이어서 영역을 '개척'해낸 것인 만큼 작년의 저지클럽, UK 개러지가 그러하듯이 대중들에게 트렌드를 선도하는 모습 또한 크게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문득 먼저 다루었던 알엠의 정규 2집 앨범 리뷰 마지막에 쓴 구절이 떠오른다. '아이돌과 인디 음악의 공존이 만들어낸 케이팝 이후의 케이팝'이라고 평가하였었는데 뉴진스에게도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평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케이팝의 틀을 따르지 않는 음악으로 케이팝의 새로운 틀을 만들어냈던 지난 2년간 행보의 연장이다. 그리고 다음 앨범에서도 지금처럼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