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권위는 식욕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by 기억너머

몸이 버티질 못했다.

그날 아침, 눈을 떴는데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학교 생각만 해도 숨이 가빠왔다.

열이 나서가 아니라, 마음이 식은 탓이었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행사 준비와 보고, 그리고 끊임없는 민원 사이에서 나는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결국 병가를 냈다.

이틀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를 봐도 답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쉬면 괜찮아질 거야.’ 스스로를 달래며 억지로 눕는 게 그때의 유일한 회복이었다.

그렇게 겨우 정신을 추슬러 학교에 복귀한 날, 바로 교장실가 있었다.

“미주샘, 과일 좀 깎아줄래요? 내가 먹고 싶은 게 있는데.”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한동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가 병가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이건 네 일이잖아’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때 느꼈다. 이 사람은 타인의 피로를 모른다.

아니, 모르는 게 아니라, 알고도 모른 척한다.

그에게 중요한 건 언제나 ‘자기 기분’이었다

며칠 뒤 회의 시간, 한 선생님이 말했다.

“이번에 학생들한테 좋은 프로그램이 있대요. 신청만 하면 혜택이 있대요.”

교장은 손을 내저었다.

“새로운 일은 만들지 맙시다. 다들 힘들잖아요.”

그 말은 참 편리했다.

‘힘드니까 하지 말자’는 말로 게으름을 미덕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의 ‘힘듦’은 우리와 달랐다.

그는 무언가를 하지 않기 위해 피곤했고,

우리는 무언가를 할 수 없어서 피곤했다.

그의 책상 위엔 늘 먹을 것이 있었다.

회의 때마다 과일이 없으면 표정이 어두워졌고, 누군가 선물을 가져오면 누구보다 먼저 손을 뻗었다.

명절이 다가오면 교무실보다 택배 박스에 관심이 많았다.

교사의 고민은 그의 식탁에 오르지 않았다.

어느 날, 한 여교사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말했다.

“저 선생님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매일 견디기 힘들어요.”

그 이야기를 조심스레 교장에게 전했더니, 그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이고, 힘들겠네.”

그리고는 그 교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요. 다 그런 거예요.”

그 장면을 본 순간, 속이 메스꺼웠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문제 위에 손을 얹는 사람이었다.

그의 위로는 늘 터치로 끝났고, 그 손끝엔 아무 책임도 없었다.

그의 ‘모르쇠’는 이 학교의 기본 설정이 되었다.

민원이 들어오면 “못 들었어요.”

문제가 생기면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닌데요.”

책임을 피하는 속도는 교무실에서 가장 빨랐다.

그럼에도 학교는 굴러갔다.

아이들은 자라났고, 선생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버텼다.

그의 무능을 대신 짊어진 건 결국 우리였다.

퇴근길, 문득 생각했다.

‘이 학교를 움직이는 건 권위가 아니다. 책임지는 사람들, 그들이 진짜 동력이다.’

하늘은 어김없이 붉게 타올랐다.

그 노을빛 아래서 나는 다시 숨을 고르고 걸었다.

지쳐도, 화가 나도, 내일은 또 아이들이 나를 기다릴 테니까. 그래서 나는 내일도 출근할 것이다. 그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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