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현, <웃기려고 쓴 농담에 짠 맛이 날 때>, 웜그레이앤블루
p. 51
교회에서 처음으로 꽁트를 하며 참 행복하겠다 싶었던 ‘코미디언’을 내 직업으로 삼아보고 싶어졌다.
p. 122
오픈마이크 무대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매주 시도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긴 것 자체가 고무적이었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드디어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에도 씬이라는 것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pp. 132-133
우리가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를 일구어 오는 동안 잇따른 개그 프로그램의 폐지로 설 자리를 잃은 공채 개그맨들은 대부분 유튜브에 도전했다. (...) 그 시점에 유튜브를 안 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었다. 우리도 여러 시도를 하다가 2019년 초, 대학 생활 공감대를 콘텐츠로 삼아 채널을 하나 만들었다. 이름을 뭐로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또 마침 만났던 영준이 형의 조언과 형들의 아이디어를 더해 <피식대학>으로 결정했다. 나는 대학교 마크를 본떠 로고와 채널아트를 디자인했다.
p. 176-177
나는 ‘테이블 세터’의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거면 됐다. 언젠가 내가 더 힘이 생긴다면 3번, 4번에 들어설 수도 있는 날이 오겠지만 내 쓰임새가 확고해졌다는 게 오히려 씬 전체로 보면 더 이득이 될 것이다.
p. 180
스탠드업 코미디 실력도 No. 1이라면 좋겠지만, 웃음은 취향의 문제이니 굳이 동료들과 경쟁해서 줄 세우기를 당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누군가 나중에 나를 기억해 주었을 때, 미지의 바다로 먼저 뛰어들었던 첫 번째 펭귄 같은 존재가 있었다고 말해준다면 그건 꽤 뿌듯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