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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플지기 Mar 30. 2022

사업하겠다면서 돈 욕심이 없으시다고요?

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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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추운 겨울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알바를 하는데 그때 당시 시급으로 2800원을 주더군요.

얼마 전까지 연말 록카페에서 새벽 3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시급이 2600원이었습니다. 

이곳을 박차고 나가서 들어간 시급 200원 더 주는 초콜릿 공장 알바였어요.


영하 10도가 넘어가는데 문을 다 열어놓고 사방에서 대형 선풍기가 돌아가고, 시멘트 한 포대보다 무거운 꽝꽝 얼은 초콜릿 덩이를 1층에서 3층까지 올리고, 커다란 들통에 초콜릿 돌멩이를 부시고 녹이고, 녹은 초콜릿 물을 주물에 넣고 바람으로 말리고 굳히기를 8시간을 했습니다.

육개장 사발면 한 그릇의 온기는 금세 사라지고 온몸이 떨리고 오한에 몸이 얼어붙습니다.

집에 가는 길에 있는 오래된 목욕탕 입장료가 800원이었는데, 저기만 들어가서 목욕이라도 한 번 하면 살 것 같았지만 그 돈이 아까워서 몇 번을 망설였다가 퇴근하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교를 들어갔는데 하도 가난하게 없이 살다 보니까 최선을 다하는 삶이 몸에 배어있었고, 나름 어려서 하던 수영 실력으로 운이 좋게도 학과장님에게 잘 보이게 돼서 학교 교직원들을 가르치는 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새벽 일에 혹사당하면서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한 달에 50만 원 벌었는데, 일주일에 세 번 1시간씩 한 달 가르치니까 60만 원을 주더군요. 첫 월급을 받았을 때 그 황당함이란..

그 밝게 웃으면서 수영을 배우고, 고맙다고 환하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거액을 주는 사람들의 표정은 좀 생소했습니다.


제가 당시에 평생 보아왔던 항상 가난에 찌들어서 경계하고 의심하고 음침하게 쥐어짜면서 사람들과는 종이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어요.

너무 어렵게 부탁이 있다고 부탁을 하는데, 자기애들이 2명인데 원래 두당 30만 원인데 45만 원 정도로 수영 레슨을 해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하셨어요. 부탁하며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한 끼 식사로 5만 원을 썼던 그 교직원분의 얼굴이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어요. 저는 그 돈이 꼭 필요했었거든요.


어쨌든 당시 우리 학교 6개월 등록금이 80만 원이었는데, 한 달에 일반 수업으로만 60만 원을 벌었으니 얼마나 최선을 다해서 했겠어요?

처음엔 그런가 보다 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돈 버는 재미를 느끼게 되고, 집에 생활비를 가져다주니 금세 평화가 찾아오더군요.


여름철 안전 요원이랑 수영 강사를 하다 보니까 한 달에 200만 원도 벌고, 300만 원도 벌다 보니 이러다 금방 부자 되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당시 대기업 들어간 동기들보다 실수령액으로 훨씬 괜찮았고 좀 무리해서 더 뛰면 더 가져갈 수도 있는 구조였으니까요.


시간이 지나 장사의 세계로 들어와서 놀이동산에서 7개 매장을 관리하고 장사를 하면서 당시로서는 컸던 억대 매출에 수천만 원 수익을 회사에 가져다줄 때도 있었지만, 또래 친구들보다는 훨씬 많이 받는 봉급에도 '내가 왜 이거 밖에 못 받는 거야?'라는 불만을 항상 가지고 살았어요.


더 큰돈을 벌기 위해 뭘 해야 할까가 그 당시 제 고민이었습니다.


돈에 환장한 놈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나 강남에 있는 수영장 강사로 시급 3만 원으로 새벽 타임 2시간 일하고, 재빨리 학교로 건너가 야매 학교생활을 하고, 잠실로 건너가 장사를 하고 끝나면 밤 11시.

주말도 없었고, 취미도 없었죠.


사람이 몸으로 커버할 수 있는 돈벌이를 최대한을 하면서 살았어요.

열심히 산 것도 산 거지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

돈이 없으면 결국 예전에 겪었던 비굴함과 굴욕, 무시와 멸시를 또다시 당할 있다는 생각에 돈에 환장해서 열심히 돈 많이 버는 일들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습니다.


상가를 거래할 때마다 커미션을 먹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수수료가 적은 일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쪼끄만 상가를 거래하고, 아파트 전월세 매매하는 부동산 가게들을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복비 몇 푼 받아서 언제 돈을 벌 것이며, 그 발품 팔이 거래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생각했죠.

'안돼. 이 돈으로는 충분치 않아. 내가 가진 짐을 감당하려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야만 해.'


그래서 1건 계약할 때마다 최소 1000~2000만 원의 커미션이 나오는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엄청 높은 매장들만 찾아다녔고, 그런 건물들에 입점을 하는 메이저 커피 브랜드나 럭셔리수 같은 노래방 브랜드나 평수가 넓고 임대료가 높은 대형 브랜드와 거래하고 그쪽 브랜드 사람들하고 일을 했죠.


프랜차이즈 회사에 입사할 때도 연봉이라는 허울뿐인 월급 몇 푼 주고 상여금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이름만 유명하기만 할 뿐 나에겐 전혀 수익적으로 감동이 없는 그런 종류의 회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커미션이 높고 부동산 쪽으로도 부수입이 좋은 브랜드를 선택해서 들어갔어요.

당시 가장 큰 샤브 브랜드에서 근무했을 때도 가맹영업을 담당했던 본부장님이 "밑에 지방 내려가서 우리가 영업해서 커미션 다 해 먹자!"라고 하신 달콤한 말에 하루아침에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대구로 일을 하러 내려간 적도 있습니다.


희열과 좌절이 교차되던 어느 시기 어쩔 수없이 회사를 세우고 창업을 했을 때도, 저의 목표는 계약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고 그게 사업가의 본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돈을 많이 벌어야 우리 가족을 지키고 우리 회사를 지키고, 이 정글과도 같은 곳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그 의지에 걸맞게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지독하게 살았습니다.


1년에 최소 7만, 좀 탈 때는 10만 킬로씩 타면서 전국을 다니며 브랜드를 만들고 시스템을 만들고 출점을 하고 계약을 따내고 제가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하면서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 살려면 더 큰돈이 필요했어요. 


해도 해도 뭔가 이루었다는 마음은 전혀 안 들고 계속해서 더 벌어야만 하는 일들이 일어났죠.

그렇게 초창기 숱한 어려움이 지나 수억에서 100억 대의 매출을 일으켰죠.


건물, 땅, 아파트도 사보고 잃어보기도 하고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고 좌절을 겪어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창플이라는 걸 우연찮게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예비 창업자들을 꼬시기 위한 빅픽처로 결국 내 사업 잘 되자고 시작한 일인데, 어느 날 갑자기 초보 창업자들을 위한 되게 착한 사람이 돼버렸더라고요.

난 분명히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닌데, 물론 악한 의도로 살진 않았지만 사업적으로 미숙하고 운도 없고 의도치 않은 흠결들이 많은 남에게 크고 작은 상처도 많이 줬던 그냥 좋게 말해서 젊고 열정 있는 전투력 높은 사업가일 뿐인데 사람들이 다 저를 되게 좋은 사람으로 보더라고요.

착한 사람으로 몇 번 불리게 되면 그것도 중독이 되어가지고 예전 전투력이 높았을 때처럼 살지 못하고, 매사가 걸리는 게 많아지고 악성 리뷰 무서워서 벌벌 떠는 배달집 사장님처럼 체면, 명분 챙기게 되고 그러다가 이것저것 제대로 못하고 그렇게 되더란 말이죠.


근데 그러는 와중에 또 사업이라는 게 또 항상 부침이 있습니다. 

잘 될 때도 있는가 하면, 안될 때도 있는 거죠. 

또 내려가는 일도 겪게 된 거죠. 


운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게 무너져 내릴 때는 정말 빛의 속도로 무너지게 됩니다. 

이 사업 세계라는 정글에서는 결국 돈은 힘이고, 그 힘이 떨어지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수모와 멸시를 받게 되는 거죠. 


그것 또한 나뿐만 아니라 우리 식구들과 팀원들까지도 상처를 받고 쪽이 팔리는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게 사업하는 사람의 숙명이죠.




제가 왜 제 이야기로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냐면, 이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저에게 와서 상담을 받고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한단 말이에요. 

사업을 할 건데 사회적으로 기여를 하는 사업, 의미 있는 일, 돈 욕심이 별로 없고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고 사업을 하는 이유가 세계 평화를 위해라고 이런 철학을 얘기하시더라고요.


사업과 착한 사람 모두를 하겠다는 발상.


각자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세계 평화는 힘을 가진 다음에 할 수 있는 건데, 지금은 힘을 기르는데 지독하게 집중해도 시원찮을 판에 사업 시작부터 사업이 잘 안됐을 때 명분 삼아 남에게 핑계 대고 빠져나갈 궁리하는 심신이 미약한 사업가로밖에 안 보여요.


작년에 도쿄 올림픽을 했었죠.

인기 종목은 물론이고 비인기 종목을 하는 체육인들에게는 정말 의미 있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대회지요.


하지만 평소에 꾸준히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그 선수를 위해 평생 뒷바라지하고, 키우고 성장시킨 부모와 트레이너 감독과 코치들은 언성히어로로 조명이 안되고 그동안 돈으로 후원했던 기업의 회장들은 하루아침에 아버지가 되고, 착한 키다리아저씨가 됩니다.


방송에서는 갑자기 특별한 관계로 만들어버리고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고 해도 결국 자신을 지키고 자신의 삶을 지킬 수 있는 건 나를 사랑해 주는 마음으로 위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돈입니다.

돈이 없으면 팀이 해체될 수도 있고, 돈이 없으면 아무리 좋아하는 운동도 못합니다.


자꾸 돈을 폄하하지 마세요


세계 평화에 가치를 둬서 돈을 폄하하면 돈은 당신에게 오지 않습니다.

사업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건 돈 벌겠다는 마음을 먹은 거예요.

지독하게 인생 자체를 돈에 포커스를 맞추고 하루하루 최대한 성실하게 돈 벌 궁리를 해야 합니다.

이게 자칫 잘못되면 나뿐 아니라 내 식구들까지 온갖 수모와 멸시를 받을 수 있고, 아무리 고귀한 생각을 가진다 하더라도 내 자존감은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지는 시기는 빨리 옵니다.


그거 못하면 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무너집니다.

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지는 겁니다.


초보 창업자분들 & 미래에 사업을 생각하시는 분들께서 굳게 마음을 먹으셨으면 합니다.

돈 많이 버시고 돈에 집착하시고 최대한 성실하게 돈 벌 생각을 하십시오.

그게 사업가의 본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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