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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플지기 Mar 11. 2022

맘스터치상장폐지로 보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말로(末路)

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제 소개글을 아직 못 보신 분이 계시다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https://brunch.co.kr/@15ea0603649c465/1

제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카카오브런치에 글을 게재하는 이유까지 담겨있으니까요.


오늘 글에서는 제가 프랜차이즈 400호첨 출점 경험을 통해 알게 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한계'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초보창업자분들이 가맹점을 선택할 때 최소한 이런 점을 알고 계셨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항상 있었기에 조심스럽지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서브웨이 가맹점으로 돈을 제법 번 가맹점주가 양도양수로 가맹점 탈출에 성공한 후, 

저에게 이런 이야길 하더군요.


"예전 서브웨이가 아니에요. 이젠 완전 가맹점과는 인연을 끊으려고 하는 거 같아서

여기저기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갈등들이 터져 나와서 더는 안될 거 같아서 엑싯했습니다."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수익을 가져갈 수 없다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결단을 내린 거죠.


저로선 좀 당황했습니다.

서브웨이가 어느 때보다 지금 주가가 높고 사람들도 좋아하고 

오히려 장사가 더 잘 돼서 좋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것을 여태까지 운영하던 사람 얘기는 다른 거죠.


맘스터치라는 혜자스러운 버거로 전국에 1000호점이 넘게 자리를 잡은 

토종 브랜드가 얼마 전에 상장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얼마 전 바로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가 되었더군요.. 그것도 자진 상장폐지.

자기 지분이 많으면 자기 스스로 상장폐지를 할 수 있다는군요.


주식시장을 잘 모르지만, 어쨌든 주주들은 환호를 했답니다.

오히려 현재가치보다 더 높게 지주회사가 매수하기로 했다니까..


이걸 보고 착한 상장폐지라고 이야길 하기도 하지만, 글쎄요..

아마도 주주의 반대편에 있는 가맹점 입장에선 재앙일 수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기존 가맹점주들이죠..

앞으로 들어오는 가맹점주가 아닌 기존 가맹점..


제가 볼 땐, 기존 가맹점을 새로운 가맹점주로 교체시키는 작업 중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사모펀드와 주주의 목적은 지금의 기업가치가 앞으로 훨씬 높아지는 것이고,

내가 투자한 돈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게 목적입니다.


근데 그 돈을 벌려면 결국 가맹점에서 수익이 나야 돼요.


항상 이야기하는 게 프랜차이즈 본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게 가맹점주한테는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는 건데, 이게 완전 서로 입장이 다른 거거든요.


얼마 전 패티 가격을 올리면서 가맹점주와 갈등을 빚고 

가맹점주 협의회와 본사와의 갈등이 심했을 때가 있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쨌든 가맹점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본사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중요한 건 본사 입장에서, 주주 입장에서, 투자자 입장에서 가맹점주는 나의 이익을 해하는 적이 된 셈이죠.


사실 상장사라는 게 주주들의 이익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슈들에 민감하고, 

보고할 것도 많고 정보공개도 다 해야 하는데..

그것들 때문에 맨날 이슈 되면 가맹점들도 들고일어나고, 온갖 잡음이 생기다 보니..

그걸 그때그때 대응을 하는 것도 힘들고, 소모적이다 보니..

그냥 상폐해 버리고, 자기들 맘대로 정보공개 없이 향후 이익 활동을 하겠다는 거죠.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맘스터치 본사와 투자사들의 행동이 결코 나쁘다고 할 순 없어요..

회사이고 기업인데.. 기업은 성장이 멈추면 끝나는 거고, 당연히 이익 추구를 해야 하는 건데..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톱스타를 기용하고, 광고를 해서 매출을 올리고 

이런 것들을 통해서 영업이익도 늘어났죠.

근데 가맹점 입장에서는 그 영업이익이라는 게 매출이 높아진 만큼 수익이 높아진 게 아니라,

가맹점은 그 매출을 높이기 위해 인건비도 더 쓰고 노동강도도 더 늘어나서 

힘만 들고 더 번 것 없이 일어난 거죠.

예전에는 5천 팔아서 500 남겼는데.. 이젠 6000~7000 팔아서 500 남기니까 짜증 나는 겁니다.


정보공개가 없는 오너 경영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나는 힘든데.. 본사 정보공개를 보니까 영업이익이 수직 상승하니까..

'패티 팔아먹고 본사가 엄청 남겨먹었구나' 뭐 이런 불만이 생기는 겁니다.

'본사는 계속해서 수익이 커지는데 왜 우린 그대로야??'


근데 가맹본사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땅덩이가 코딱지만 하니까..

더 출점을 해야지 수익이 나는데.. 다 채워져서 더 이상 출점을 못하니까 어디서 수익을 냅니까??

기존 가맹점에서 낼 수밖에 없는 겁니다.


거기다가 그것만으론 영업이익만 높일 뿐이지, 기업가치를 높일 순 없으니까

맘스피자도 만들고 맘스터치랩도 만들고 신규 사업을 만들어내는 거죠.


맘스터치만도 이 정도 기업가치인데..

"맘스피자가 나가고, 맘스터치랩이 나가면 돈을 더 벌 수 있으니까 

우리 가치는 지금보다 몇 배 올라간다~~"

이래야 투자자들도 만족스럽고 기업가치도 높아지는 거잖아요?


그러면 기존 맘스터치 가맹점주는...

"뭐야? 맘스터치랩? 맘스피자?? 우리도 힘든데 우리나 더 신경 써주지 

왜 갑자기 맘스터치랩?? 맘스피자야??"


맘스터치랩은 치킨배달점이고, 맘스피자는 피자집인데..

이게 다 어찌 보면 기존 맘스터치 영업권을 침해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란 말이죠.


맘스터치를 인수분해 해서 치킨만 특화 시키고, 피자로 특화 시키고 그러다가 버거도 끼워 넣고

이러면서 서로 물고 물리면서 기존 가맹점주의 이익이 침해되지만, 

결국 본사의 기업가치는 늘어나는 겁니다.


그러면 기존 가맹점주는 기존 먹던 게 줄어들고, 힘만 들고 안 남게 되지만

사실상 새로운 가맹점주는 오히려 좋죠. 불만도 없고.

오히려 여태껏 기존 가맹점주 영업 반경 때문에 입점을 못했는데.. 들어갈 수 있으니까 더 좋죠.


새로운 가맹점주와 기존 가맹점주와 파이트도 생길 것이고, 아마도 본사는 그것을 더 기대하겠죠.

그리고 우호적인 신규 가맹점주들과의 연대를 통해 기존 가맹점주들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여태껏 잘 먹고 잘 살았으면서 욕심을 낸다는 식으로 몰아가겠죠.


결국 이번 상장폐지는 그 모든 껄끄러운 작업들을 일단 좀 몸을 숨기고,

공시의무를 안 하면서 은밀하고 확실하게 가맹 구조를 바로잡아서 가겠다는 의지이고,

기존 가맹점주는 사실상 본사와 주주와 투자자의 적으로서,

그들과의 전쟁에서 이겨 새롭게 말 잘 듣는 가맹점주들로 채우는 상황으로 가겠다는 의지이죠.


이이제이

(오랑캐로 오랑캐를 무찌른다는 뜻으로, 한 세력을 이용하여 다른 세력을 제어함을 이르는 말.)


본사가 싸울 것이 아니라, 신규 가맹점주와 기존 가맹점주의 구도로 가는 게 이익인 겁니다.

그러기 위한 물밑작업인 거죠.


결국 그나마 이것들을 본, 눈치 빠른 가맹점주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고

결코 본사들은 막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좋아할 겁니다.

갑자기 가맹점 협의회가 노조 느낌이 되고 노조들이 퇴직금도 안 받고 퇴사하겠다는 거니까.


그들이 나간 상권에 최소 3개 가맹점을 넣을 수 있는 확장성이 생길 것이고,

그렇게 가면서 빨리 행동하지 못한 가맹점주들은 말도 못 하고 고사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교체되는 기간 동안 순조롭게 가맹 활동이 진행될 것이고, 

가맹본부의 기업가치는 수직 상승하겠죠.


건물주들의 건물 가치를 높여주는 건 임차인입니다.

결국 그 임차인이 장사를 잘해서 그 임대료를 감당하는 거니까 말이죠.


본사의 기업가치를 높여준 건 가맹점주들이죠.

그들이 그 상권에서 열심히 장사해서 벌어서 살았기 때문에 가맹점 확장이 된 것이고,

그것들로 인해 고객들이 전국 맘스터치 플랫폼에서 소비를 한 것이고, 

그래서 기업가치가 늘고, 상장까지 시키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것들을 그렇게 만든 기존 가맹점주들은 그 가치의 열매를 얻지 못하고,

그저 한 달 열심히 시간 써서 돈과 바꿔치기 한 삶을 살았을 뿐이고,

맘스터치를 떠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가치는 없고 

그저 초기 투자금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탈출을 감행합니다.


브랜드가 잘되면, 가맹점이 잘 되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잘되면 가맹점들이 교체되는 것이죠.


그것도 매우 합리적인 방식으로 말이죠.


그 가맹본부를 욕하려는 게 아니라, 가맹점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결국 어떻게 열심히 살았던지, 그 가맹본부의 상황과 시장의 환경에 따라 

바로 좌지우지되며 휘둘리며 살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냥 내 시간과 생활비를 맞바꿔가며 살아봐야..

결국 10년을 일했어도 억울한 게 있어도 털고 나와야 되는 상황.


씁쓸하지만 이건 엄연히 불법도 아니고 이걸 제재할 수도 없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걸 제재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러니까 우리 같은 초보들이 가맹점을 선택할 때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을 알고 시작하자는 겁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으로 자본을 생산하는 수단.. 

공장을 보유한 사람이 최고인 사회를 자본주의 사회라고 합니다.


돈이 되는 재화를 생산하는 수단이나 장치를 소유한 사람을 위한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고,

가맹점은 그 돈이 되는 생산되는 장치일 뿐인 거고, 그 장치로 생산하는 생산량이 부족하니까 새로운 장치로 공장에 장비를 교체하는 것이고, 더 큰 생산량을 위해 교체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활동인 것이죠.


그러니까 그 브랜드가 크다고 안전하다고 의지하려는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 돼요..

주주라면 그래도 됩니다.

주주는 가맹점으로부터 얻는 수익이 커야 투자하는 사람이고, 

이 둘의 관계는 언제나 이율배반적이고 이익 상충인 겁니다.


가맹점의 말로(末路)는 언제나 항상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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