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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플지기 Apr 19. 2022

전문점 가성비 시대는 이제 끝났다.

초보가 가야 할 길 

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 https://brunch.co.kr/@15ea0603649c465/1


이번 글은 초보가 가야 할 길, 외식업계의 지나 온 혁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앞으로 초보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산업혁명과 외식 혁명

20세기 초반 산업혁명의 히어로 헨리 포드. 그가 만들어낸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은 대량생산의 기틀을 마련하고 자동차 생산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노동자들은 각자가 맡은 공정만 반복하면 되기에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효율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포드로 인해 그때까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자동차가 중산층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그가 고안한 생산라인의 방식은 대량생산과 노동의 분업으로 2차 산업혁명을 열어갔다. 같은 시기에 외식업에서도 혁명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주방이 공장처럼 분업화된 것이다. 한 명은 빵을 굽고 한 명은 패티를 굽고 한 명은 피클과 채소들을 올리고 한 명은 하루 종일 감자만 튀긴다. 그전까지만 해도 가격도 비싸고 주문하면 요리만큼이나 시간이 걸리던 햄버거가 이제는 가성비 넘치는 패스트푸드로 변모한 것이다. 바로 맥도널드의 성공 스토리다.


1969년 이후, 정보기술의 혁명이라는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정보화 혁명의 중심인 기업에서 사무실과 공장이라는 두 개의 톱니바퀴 중 먼저 사무실에서 컴퓨터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크고 무거웠던 컴퓨터가 마이크로화되면서 가정과 사무실에 개인용 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른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 시기 외식업에서도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데, 바로 OEM이라는 방식의 기계 생산방식으로의 전환이다. 이전에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었지만 새롭게 등장한 생산방식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었다. 대량 생산인 만큼 구매력이 높은 사람이 전문점을 보유하는 시대가 되었고, 나아가 전문점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프랜차이즈 시대로 나아갔다. 품질이 일정하고 믿을 수 있으며 대량생산으로 원가를 낮추고 가성비로 승부를 보는 시대가 바로 외식업에서의 3차 산업혁명 프랜차이즈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은 기계와 정보, 생명공학 기술이 융합되면서 보다 고차원적으로 발전하는 시기다. 4차 산업혁명으로 넘어오면서 사무실에 이어 공장도 컴퓨터화가 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로봇과 기계로 생산이 가능해진 만큼 인간은 고차원적인 창의적 감수성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소품종 대량생산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이런 시대에선 더 이상 통일성 있고 가성비 있는 것들이 대우받는 시대가 아니다. '다품종'이라는 말처럼 각각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소비하게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빅데이터'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고객들 한 명 한 명의 소비패턴을 연구하고, 그 한 사람만을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해 만들어진 베이스다. 

예전에는 가성비 있게 한 가지를 만들면 소비자들이 맞추는 식이어서 단일종목으로 여러 사람이 즐겼다면, 이젠 각 한 명 한 명을 연구하고 한 사람만을 위한 알고리즘이 생겨나서 그 사람만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젠 외식업에서도 그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되고, 이에 잘 적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된다.


왜 이런 산업의 변화를 '혁명'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역사적으로 '혁명'이라는 단어를 붙인 사건은 모두 사람 목숨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모두가 일대 혁명이라 일컫는 경제와 산업 변화의 바람 속에서 누군가는 쭉정이처럼 날아가고 누군가는 정착해왔다. 인류의 경험과 지식, 정보가 축적된 만큼 산업은 고도화되어 그 바람의 정도는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는 것이다. 2차 보다 3차가, 3차보다는 4차로 갈수록 세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갈수록 어렵다, 어렵다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그 4차 혁명의 바람 속에서 따라잡지 못하면 죽을 지경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품목, 한 가지 브랜드로 가성비를 내세우며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이미 철 지난 방식이 되어버렸다. 다브랜드의 소량생산, 가심비를 중요시하는 다양한 전문점의 시대가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는 창업 전략

어제 실력 있는 외식업 사업가가 찾아왔다. 나름 장사의 묘수를 알고 합리적으로 판단을 하시는 분이었다. 시설이 다 갖추어진 40평짜리 매물을 단돈 천만 원 권리금으로 얻었는데 여기에 합리적인 브랜드를 선택해서 장사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내방했던 것이다. 보증금을 포함해도 5천만 원도 안 들여서 내 가게가 뚝딱 생길 상황이었다. 결정한 그대로 밀고 나갔어도 아마 평균타 이상을 치며 장사를 잘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외식업의 변화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가지 품목, 한 가지 브랜드로 가성비를 내세우며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법은 이미 철 지난 방식이 되어버렸다. 소브랜드의 대량생산, 가성비 좋은 단일 메뉴 전문점의 시대가 아닌, 다브랜드의 소량생산, 가심비를 중요시하는 다양한 전문점의 시대가 된 것이다.

구매력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공장을 독점하는 시대가 아니라, 누구나 *B2C 방식으로 공장 물건을 직배로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마당에 한 가지 브랜드만 가지고 장사를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B2C : 기업이 제공하는 물품 및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제공되는 거래 형태로 인터넷상에서 물품의 구입과 판매가 일어나는 전자상거래가 대표적이다)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40평이라는 공간이 있다면 예전에는 단일 브랜드로 사람들을 모아서 회전시키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에는 10평짜리를 4개를 만들어 4개의 브랜드로 각각의 니즈를 채우는 방식이다. 이미 실력 있는 장사꾼들은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한 지 오래다.


조그만 매장에서 점심에는 부대찌개 브랜드를 끼워 넣고, 저녁에는 찜닭 브랜드를, 야식 손님만을 위한 국물 닭발 브랜드를 끼워 넣기도 하고 각각의 브랜드 별로 배민, 쿠팡을 이용한다. 이렇게 되면 한 개의 매장이지만 온라인에서는 3개~4개로 보이며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굳이 직접 매장이 공장 역할을 하며 힘들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브랜드들을 장착해서 안전하고 편하게 장사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 카운터는 바로 가심비를 주는 것이다. 내가 그 메뉴를 시켰을 때 어떤 걸 시켜야 가심비를 느낄까? 이런 부분에서 스토리가 없는 배달 전문점이라면 선택받지 못한다. 하지만 예쁜 인테리어에 사람들이 가심비를 느끼는 공간에서 파는 음식이라면 당연히 선택받을 수 있다. OO라운지, OO식탁, OO서양주점, OO동양주점 … 요즘엔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짓는다. 작지만 특색 있는 나만의 공간에서 검증된 브랜드들 ― 놀부김치찌개, 원할머니찜닭, BBQ 닭발 … 과 같은 전문성 있는 메뉴들이 들어가는 것이다.

'OO서양주점'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은 무척 예쁘고 프라이빗하면서 다른 곳들과는 다른 가심비를 주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술 한잔할 수 있는 메뉴는 단 3개뿐이다. 여기에 입가심용으로 빙수를 디저트 메뉴로 추가한다.

이렇게 장사를 하는 동안 배민이나 쿠팡 상에서는 놀부김치찌개, 원할머니찜닭, BBQ닭발, 교촌빙수 이렇게 네 개 브랜드가 팔리고 있는 상태다. 오프라인에서 만든 스토리와 가심비가 온라인에서 주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앞으로의 판매 방식은 공장에서 찍어낸 메뉴를 다품종 브랜드로 가게에 장착시키고, 조그만 매장에서 나만의 가심비 공간을 만들어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매장의 리스크를 줄이고, 비조리 배달과 조리 배달을 나눠서 주문이 몰리는 데 드는 주방의 부담을 없애고, 점심시간의 전략과 저녁과 밤에도 다른 전략을 나누고, 각각의 니즈에 맞게 고객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대형 매장 한 곳에서 하나의 메뉴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소형 매장에 다수의 브랜드로 승부하는 전략. 그리고 그렇게 자리 잡은 소형 매장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 ― 이것이 바로 이 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 초보 자영업자가 살아남는 전략이 될 것이다.


물론 실력 있고 돈 있는 사업가라면 누구나 다 모이는 좋은 상권에서 한 가지 메뉴로만 승부해도 충분히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창플 잡지를 뒤적이고 있는 창업자들은 대게 초보이거나 소소한 자본금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 보다 비상한 전략이 필요하다.

시대적인 흐름을 알아야 한다. 소형 매장으로 투자금을 줄이고 샵인샵 브랜드들을 입맛대로 내 가게에 장착해서 나만의 이름과 스타일로 가심비 있게 공간을 구성하여 스토리를 만들어간다면? 그곳에서 무엇을 팔든지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왜 이런 산업의 변화를 '혁명'이라 부르게 되었을까? 역사적으로 '혁명'이라는 단어를 붙인 사건은 모두 사람 목숨이 오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모두가 일대 혁명이라 일컫는 경제와 산업의 변화와 바람 속에서 누군가는 쭉정이처럼 날아가고 누군가는 정착해왔다. 우리는 4차 혁명의 바람 속에서 따라잡지 못하면 죽을 지경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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