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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플지기 May 25. 2022

내 시간을 들여 번 돈은 수익이 아니다

사업하겠다는 사람들의 오판

안녕하세요, 전국 10만 명 자영업자분들의 멘토로 활동 중인 주식회사 창플 한범구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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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일해서 천만 원 벌래? 일 시켜서 백만 원 벌래?

"만약 내가 직접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이 천만 원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시켜서 벌 수 있는 돈이 백만 원이다"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사업가로서의 견해를 말하자면, 나는 한치도 주저하지 않고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별다른 손해 없이 백만 원이 주어졌음에 감사하고, 그 일을 해준 사람에게 감사하며 보수를 줄 것이다. 또한 그가 더 성장해서 110만 원, 150만 원으로 수익을 늘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미로 살아갈 것 같다.

내가 직접 하면 맡기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할지라도 사람에게 맡겨서 나오는 수익이 진짜 수익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개념 정리를 하자면, 첫 번째의 경우는 수익이라는 이름의 인건비이고, 두 번째가 진정한 수익이라는 말이다.


내 실력이 늘면 나의 인건비는 당연히 늘어난다. 그것은 나의 시급이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비싼 시급 들여서 장사를 하는데 수익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사의 기술자들이 두 세명 몫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장사든 사업이든 실력과 내공이 깊어지면 정성과 시간을 기반으로 한 가치가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게 얻는 돈은 '인건비'지'수익'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이런 인건비와 수익을 혼동한다. 시간이 지나고 내공이 깊어지고 뭔가 알게 되면 살아남는 방식을 알게 되고 무언가 더 큰 목표가 생기고, 사업이라는 걸 꿈꾸게 되고 사람을 쓰게 된다. 이미 내가 내 시간 들여서 성공하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마스터했기 때문이다.


그다음 단계로 이런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나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에게 장착시킨다면? 내가 그를 서포트를 해준다면? 그렇게 하면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빨리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아주 선한(?) 베풂의 퍼포먼스까지 생각한다.

'내가 도와주면 더 잘 되겠지, 그 친구도 이익이고, 나는 혼자 한다고 오래 걸렸지만 그는 나로 인해 더 빨리 갈 수 있을 거야.'

노하우를 전수받게 될 누군가는 얼떨결에 시행착오의 과정 없이 바로 폭풍 성장할 수 있는 행운의 티켓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엄청 좋은 사람이면서 그 사람으로 돈도 빨리 벌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

그렇게 더 큰 비상을 꿈꾸던 마스터, 그러나 마스터들은 곧잘 실수를 저지른다. 도무지 옆에서 그저 지켜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걸 보고 있느니 내가 직접 하는 게 훨씬 잘하기 때문에 기껏 사람을 돈 주고 뽑아놓고 관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럴 수밖에, 내가 하면 천만 원인데 직원이 하니까 백만 원밖에 못 벌고, 조바심이 난다. 말로는 맡긴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맡기질 못하고 고정비는 고정비대로 쓰고 결국 고만고만하게 수족으로 쓰는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는 맡긴다고 해놓고, 상대의 의지까지 꺾어놓는 사람들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삶의 이유나 목표치가 있는 건데 직원을 나의 목표치에 맞춰 놓으면 직원은 최선을 다해봐야 성취감을 느낄 수가 없다. 이런 경우 그래도 괜찮은 사업가들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봤다고 인정하고 퇴직금이라도 두둑이 주고 내보내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하게 되면 직원의 행복은 없어지고 결국 그 조직이 불행해지게 된다. 사장 혼자 잘난 것이다.


내게도 그런 흑역사가 있었다. 예전에 외부 일을 많이 하면서 영업에 성과가 좋았었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쓴 계약으로 돈을 버는 건 의미가 없어. 이건 사업이지 나는 장사꾼이 아니잖아? 그래, 나 대신 영업을 뛸 수 있는 직원들을 뽑고 실력이 안 되면 내가 좀 키워주자. 그것도 의미 있고 재미도 있을 거야.' 그렇게 이 바닥에서 백전노장인 60년대 생에서부터 본부장급인 70년대 생, 마지막으로 제일 어린 80년대 생 직원까지 골고루 뽑아 팀을 구성했다. 나름 대표가 되었으니 나는 서포트만 해주기로 했다. 박람회를 나가도 상담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나는 브로슈어를 만들어서 나눠주기만 하는 정도였는데 … 하다 보니 가슴에서 천불이 나는 것이었다!

열심히 하는데도 못해서 천불이 나고, 자기 꺼 아니라고 이렇게 하나 싶어서 천불이 나고, 이럴 바에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 보니 하나씩 관여하게 되고, 단점이 너무나 명확해서 일일이 지적하게 되었다. 결국 돈은 돈대로 쓰고 신경은 신경대로 쓰게 되는 것이었다. 당시의 나는 간판만 사업가였다. 월급을 헛되이 주고 내 인건비를 쓰는 어리석은 짓을 했던 것이다.


장사의 달인에서 사업가로

이따금 인건비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자기가 천만 원 번다고 백만 원밖에 못 버는 사업가를 무시하기도 한다. 단순히 액수로 능력을 매기는 것이다. 사업가들은 천만 원을 벌 줄 몰라서 백만 원에 웃음 짓는 게 아니다.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기쁨으로 웃음 짓는 나름의 속사정을, 그들은 알 리 없다.

이런 이들은 대개 온통 자기가 일을 도맡아서 평생 고강도의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어찌 보면 '달인'이나 '대가'라고 불리는 분들 중에서 이런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삶을 나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달인과 대가들은 엔지니어로서 최고의 실력을 가지신 분들이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거지만, 만약 달인에서 사업가로 넘어가게 된다면 삶의 방식이나 가치가 다르다는 얘기다.

어떤 가치로 살아가느냐는 각자가 다르고 존중받아야 한다. 달인과 대가들은 순수하게 자기 인건비 들여 깔끔하게 먹고살면서 자족한다. 혹 수제자를 키우더라도 제자를 통해 돈을 번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 제자라는 사람이 먹고 살 수 있게끔 돕는 사람으로서 '선생'이라는 명예를 가치 삼기 때문이다.


장사의 달인이 사업가가 되어가는 데에는 단계가 있다. 처음엔 내 인건비를 쓰다가 점점 내 인력이 줄어들고 직원의 인건비를 쓰다가 직원 인건비가 점점 더 높아져 나를 넘어서게 된다. 그 일과 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직원이 그 일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고 꿈을 꾸게 되고 더 높은 실현을 위해 일의 한계를 넘어설 때 회사는 점점 커지게 된다. 일이 이렇게 되면 사업가는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멋있는 사람이 되어 간다.

이런 사람들이 곧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직원들이 다했지, 내가 한건 전혀 없다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누군가 그렇게 일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사의 달인을 목적으로 한 분야에서만 앞으로 30~40년 일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장사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달인의 삶은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한편, 창플 잡지를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사업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내가 우선 먼저 해보고 실력을 높여서 인건비를 올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도달해야 할 목표를 좀 더 높이 잡았다면 거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혹시 내 인건비로 버는 돈을 수익이라 착각해서 향후 목표 설정을 하는 데 있어 오판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사업이란 것은 내 시간과 인건비 들여서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의 인건비와 시간을 쓰고 남의 인건비 들여서 돈을 버는 행위다. 두 가지가 서로 다른 것으로 똑같은 잣대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대개 인건비와 수익을 혼동한다. 수익이란 이름의 인건비와 진정한 수익, 당신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 장사의 달인이나 대가가 될 것인가, 사업가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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