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빛노을 Mar 28. 2023

고맙소




내 몸한테 미안하고 고맙다.

아들 셋과 살아오면서 삶의 무게에 힘겨워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냥 나에게 내 몸은 투명 인간처럼 대했다.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유일하게 스트레스 푸는 시간이 먹는 거다. 먹을 때만큼은 아무 생각이 안 나서 좋았다. 그리고 먹고 나서 아무 짓도 안 하고 편하게 보고 싶은 티브이 프로 보면서 잠들었다.

주변 지인들은 건강에 좋다고 식후에 산책 나간다고 할 때, 난 먹고 쉬는 게 힐링시간이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나니까 거울 속의 난 초라한 뚱뚱보로 변해 있었다. 너무 낯설어 거울을 안 봤다. 헐렁한 옷과 어두운 색 옷만 입고 다녔다. 왜 나만 몰랐을까? 아마도 거울은 애써 안 보고 내 눈에 타인만 보게 되니까 나도 타인처럼 적당해 보이는 줄 만 알았다.

이런 내 모습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십 년 전에는 집 뒷산도 열심히 다녔는데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무릎을 다쳐서 치료한다고 먹은 약이 살을 더 찌개 만들었다.

치료가 되고 나서는 베이비 시터 일을 하느라 8년이 지나가 버렸고. 지난해 넘어져서 검사를 하니까 무릎인대 파열인데 연골이 거의 없어서 수술 외엔 방법이 없는데 아직 수술하기엔 젊다고 해서 일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다.

뒤둘 아 보면 십 년 전에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했으면 지금의 상태는 아닐지 모른다.

난 늘 외모보다는 내면의 마음 상태가 중요하다고 굳게 믿고 살았다. 맛있게 즐겁게 먹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확신하며 살면서 내 몸은 살피지 못했다.

가끔은 두려웠다. 지금 보이는 내 모습 이대로 괜찮을까?

살을 빼야 하는데 어떡하지?

그러다가 현실이 주는 압박감에 또다시 무디어져 버렸다.

얼마 전 고혈압 측정을 했는데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 웬만해서는 겁을 안 먹는데 두려웠다.

그리고 깊이 생각해 보았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결심을 하고 유태우박사 체중감량에 관한 책을 읽었다. 감이 온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혈압은 생활습관 때문이라 병원을 가서 약을 처방받을게 아니라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걸 깊이 인식했다.

나의 최고의 장점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이 세상에 나만큼 날 잘 아는 사람은 없다. 집중적으로 날 관찰했다.

첫째, 지금 이 순간 누구도 돌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직 나만 바라보고 날 위해 살기만 해도 되는 이 시점

둘째, 돈걱정 안 하고 앞으로 돈문제는 다 책임지겠다고 믿어달라는 아들 덕분에 심신이 안정되어 있다는 점

셋째. 체중감량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배우고 나한테 맞는 방법으로 시작할 수 있는 점

이세가지가 맞아 떨지는 이 순간이 내 생애 최고의 적기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타밍이다.

이제부터 먹는 량을 줄이고 야채 과일 단백질로 된 식사를 매끼마다 30분씩 먹고, 음식본연의 맛을 음미하고 욕구 충족을 느끼면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낮잠 자지 않고 정해진시간에 하루 세끼를 먹고,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하면서 15일이 지난 지금 몸이 가볍다. 억지로 하는 게 아니기에 즐겁다. 살이 빠지면 피부도 탄력이 없어지니까  얼굴 마시지는 자주 한다.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한다. 짜릿하다.

이러면 되는데 왜 난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 안 걸까?

남들은 당연히 하는 걷기 운동마저도 나에겐 왜 그리로 힘들게만 느껴졌을까?

아마도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운동하면서 날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내 마음 다치지 않게 하려던 나의 대한 배려는 아니었을까?

힘들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고 살아내야만 한다는 강한 책임감이 지금 까지 날 이 모습으로 맞이한 것 같다.

다행인 건 60대 초반에 날 온전히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게 무엇보다 감사하다.

어쩔 수 없이 빼는 살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업로드시키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내 몸한테 미안했었다 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날 조금씩 즐겁게 바꾸고 있다. 막내아들은 요즘 우리 엄마 예뻐졌다고 좋아한다. 짜릿하다. 지금까지 마음만 예쁜 엄마였는데 이제부터 몸도 마음도 예쁜 엄마가 되겠다고 기대하라고 했다.

그리고, 어둡고 헐렁한 옷은 버리고 밝은 색으로 입고 사진도 많이 찍고 싶다.

나의 노년 지금부터 인생 최고의 황금기가 될 것이다.

고맙소!

잘 견디어준 내 몸

고맙소!

그동안 날 지켜봐 온 이들에게도.


작가의 이전글 돈의 대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