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1. 생태와 갈등)

by 홍용석

계절이 바뀌는 찬바람이 얼굴에 스친다. 산골 농부는 추수와 겨울 채비에 분주하다. 모든 곡식은 종족 번식을 위해 짧아지는 가을 햇살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멧돼지도 겨울을 나기 위해 충분히 먹어야 한다. 산에서 부족한 먹이를 농작물로 대체하려 하니 마찰이 생긴다.

멧돼지는 세계 전역에 살면서 번식력이 강해 세계자연보전연맹(ICUN)에서는 멸종 우려가 없는 동물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선 야생동물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포획 및 채취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농작물의 심한 피해로 고라니와 함께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

멧돼지는 잡식성이다. 식욕도 왕성하여 곤충과 동물 그리고 식물 등 모든 먹거리를 독차지하려 한다. 산과 들에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후벼 판 흔적이 남아있다. 지렁이나 땅강아지, 쥐 나 두더지 등은 물론이고, 땅속에 집을 짓고 사는 벌과 뱀도 좋은 먹이가 된다. 또한, 나무뿌리 칡뿌리 등 가리지 않는다.

멧돼지는 모계를 중심으로 집단생활을 한다. 나는 농장에서 수시로 멧돼지를 만난다. 처음 만났을 땐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다. 그 후 지팡이로 땅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면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간다. 새끼 보호 본능이 강해 숲 속에서 놀다가도 인기척이 나면 맨 앞과 맨 뒤에 큰 멧돼지가, 중간에 새끼 멧돼지가 진을 치며 달아난다. 나는 멧돼지가 사람을 해치거나 공격하는 일은 없다고 본다. 가끔 도심에 나타난 멧돼지가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보도는 막다른 골목에서 저항했을 것으로 본다. 멧돼지의 어린 새끼들은 몸 전체 선명한 짙은 갈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어 귀엽기 짝이 없다. 줄무늬는 커가면서 없어진다. 수컷은 단독으로 활동하다가, 교미 시기에 나타나 암컷 쟁탈전을 벌이곤 한다. 멧돼지는 화장실을 만들어 똥을 싼다. 일반 짐승들은 똥이 마려우면 아무 곳에서 싸지만, 멧돼지는 자기들이 지정한 화장실에서만 대변을 본다. 가끔 산에 오르다 보면 흙으로 덮은 멧돼지 똥 무덤이 관찰된다. 멧돼지는 물을 좋아한다, 비가 내려 건수가 터진 밭에서 머드 축제를 연다. 농작물을 깔아뭉개 물웅덩이와 진흙 축제장을 조성했다.

나는 두 번이나 멧돼지를 사냥한 적이 있다. 한 번은 멧돼지 가족이 밤나무 아래서 집단으로 밤을 먹는 장면을 포착했다. 나는 급하게 동네 사냥을 잘하는 전문가(포수)에게 연락을 취했다. 전문가는 사냥개 2마리를 데리고 급히 달려왔다. 노련한 사냥개는 무리를 갈라놓고, 흩어진 멧돼지 중 한 마리만 집중적으로 공격하였다. 사냥개 한 마리는 지쳤는지 혀를 길게 내밀고 헐떡거린다. 다른 한 마리의 끈질긴 추격 덕분에 멧돼지 한 마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또 한 번은 농촌일손 돕기 계절 근로자로 온 라오스 청년과 함께 있을 때 일이다. 청년이 철조망 울타리에 올가미를 설치했는데, 너무 허술하여 잡힐 것으로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부패한 멧돼지가 걸려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 지역에 멧돼지가 얼마나 많은지 증명하는 바로미터 이자, 내 무용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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