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2 만행)

by 홍용석

농가에서 멧돼지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나의 피해사례 몇 가지만 들어 보자.


첫째 이야기 옥수수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의 도움을 받아 유월의 옥수수는 익어간다. 옥수수수염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면서 수확의 시기를 알린다. 며칠만 더 있으면 맛있는 옥수수를 먹기 위해 지인들이 온다. 밭을 둘러보는데 깜짝 놀랐다. 옥수수 대궁이 쓰러지고 꺾이고 옥수수는 앙상한 뼈다귀만 널려 있었다. 밤새 멧돼지 가족이 습격한 것이다. 다행히도 일부분만 피해를 보았다. 나머지 옥수수를 수확할 것인지, 멧돼지를 방어할 것인지 대해 고민에 빠졌다. 옥수수는 수확 즉시 먹는 것이 제일 맛있기 때문이다.

멧돼지는 청각과 후각이 발달해 있다. 사람 냄새, 쇠붙이 냄새, 기름 냄새, 사람 목소리, 엔진소리 등에 예민하다. 궁리 끝에 예초기를 이용하는 묘안을 짜냈다. 예초기에 연료를 가득 채웠다. 옥수수밭 중심부에 예초기를 놓고, 밤새 소리가 들리도록 엔진 시동을 걸어 놓았다. 스스로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자화자찬하면서 잠을 청했다. 이른 아침 나의 옥수수밭은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아침까지 시동이 켜져 있는 예초기를 허수아비보다 우습게 본 것이다.

이후 멧돼지가 좋아하는 고구마와 옥수수는 재배 목록에서 제외했다.


둘째 이야기 장뇌삼

장뇌삼을 심은 지 10여 년이 넘었고. 밭은 연간 서너 번 돌아본다. 자연의 보살핌 속에서 더디 자란다. 가을 씨 파종을 위해 장뇌삼밭을 둘러보았다. 순간, 아차! 장뇌삼 포장은 파이고 헤집어져 있다. 누군가 사람 손을 탔나 싶었는데 장뇌삼 몇 뿌리가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멧돼지가 지렁이를 잡아먹기 위해 땅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장뇌삼 맛을 알았다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산양삼 농가들이 멧돼지 습격으로 폐농 한 사례가 많다. 장뇌삼에 손을 안 댄 것만으로도 감사함은 순간이고, 장뇌삼밭에 들어와 피해를 준 것에 대해 배신감이 들었다. 철망을 쳐야만 할 것인가 고민이 깊어진다.


셋째 이야기 밤

이른 새벽 밤을 주우려고 나섰다. 누군가 밤을 까먹은 흔적을 남겼다. 멧돼지의 소행이다. 사람이 밤껍데기를 벗겨 먹듯이, 멧돼지도 밤껍데기째 먹지 않고 벗겨 먹는다면 누가 믿을까? 아마 가족만 아니라 일가친척 지인 다 몰려와 밤새워 먹었을 분량이다. 밤만 먹으면 다행이나 주변 밭을 엉망으로 만든다.


넷째 이야기 오디

누에와 곁들어 오디 농사를 질 때의 일이다. 오디용 뽕나무는 2~3m 이상 키운다. 오디를 수확할 철이 되면 밭 전체 오디 망을 친다. 일일이 수확할 수 없어 털어서 수확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멧돼지가 이를 감지했다. 울타리 밑 땅을 파고 뽕나무밭에 들어왔다. 오디 망에 수북이 쌓인 오디는 멧돼지들의 만찬을 즐기는 데 사용되어졌다. 철망 울타리도 무용지물이다. 유해조수포획단이 멧돼지 한 마리를 사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만행은 끝나지 않는다. 오디 농사를 접고서야 이들의 방문을 막을 수 있었다.

소규모 농사를 짓고 있는 내가 이렇게 피해를 보았는데,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그 피해액은 얼마나 될까?

한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이를 차단하고 방역하는데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었다. 그 매개체가 멧돼지다.

멧돼지를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식용을 주장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국민이 자연산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어 건강에 도움을 준다. 개체수가 줄어 농작물 피해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식용되면 방역과 검사를 철저히 할 것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도 소멸할 것이다.

이는 곧 멧돼지 방역도 되고 개체수 감소로 농작물 피해도 줄이는 양수겸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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