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공간
마흔이 넘도록 나만을 위한 공간이 있던 적이 없었다.
어려서는 가족이 방 한 칸에 살기도 했고, 형편이 좋아졌을 때도(전보다 좋아졌을 뿐, 남들이 와-싶게 잘 사는 것은 아닌) 나와 성별이 다르지만 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어린 동생과 한방을 썼다.
성별이 다르면 불편하기도 하련만 크게 그런 것은 없었다.
아마 꽤 차이가 나는 나이가 한몫했을 것이고,
서로가 적정선에서 거슬리는 짓을 멈출 눈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애가 좋은 남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의 엄마가 젊었을 적에 한 동네의 이불집 남매가 그렇게 우애가 좋아 보여서 저런 아이들을 낳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단다. 그리고 아마 그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아 우리가 생겼나 보다고 말씀하신다.)
결혼을 하고서는 남편이 내 옆을 항상 지켜주었고,
4년 뒤에 아이를 낳고, 남편과는 아쉽게도 떨어져 지내지만 예쁜 딸이 안방, 나의 옆에서 함께 한다.
(아마도 코골이가 있는 나를 두고 혼자 조용히 잠들 남편은 해방돼서 좋겠지 싶다-갑자기 드는 배신감)
이사 오면서 이층침대가 갖고 싶다는 7세의 말에 넘어가 고가의 침대를 사주었는데 몇 해째 그 근처는 가지도 않고 나와 함께 안방을 공유하는 딸이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겠다 싶으니 지금의 함께함이 고맙기도 하다.
(이층 침대의 이층은 손님용 이불이 개어져 있고, 아래층은 남편용 침대에서 손님용 침대까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는데 최근에 과감하게 이층을 없앴다-속이 다 시원하다-버리는 일마저도 돈을 내고 버렸지만)
나는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나만의 시간이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인지라 분명히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아직까지는 불편함 없이(부러움은 있다.) 그 습관을 잘 지켜내고 있는 것을 보면 독립적인 공간이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혼자 생각하기를
'내가 독립적인 공간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뭐지?
세 식구에 방이 세 개면 방 한 칸씩만 차지해도 해결되는 문제인데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뭐지?
혹시 지금보다 돈을 많이 벌거나 어쩌다 눈먼 돈이 후드득 떨어지거나 우리의 소원처럼 로또 1등이라도 된다 치면 그때는 더 넓은 곳으로 이사 가서 방이 늘어나면 되는 일인가?'
그런데 나는 남편과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돈을 써야 할지 농담반 진담반으로 계획해 두었는데(I"NFJ"라서 그런 것일까?)
우선은 부가세처럼 원금의 10%를 제일 먼저 좋은 일에 쓰고, 양가 부모님께 노후를 위한 좋은 집을 마련하시는 것에 도움을 드리고, 열심히 사는 남편의 내적갈등의 주원인인 아파트 대출금도 갚고, 우애 깊은 남매답게 동생 앞날 걱정의 짐도 조금 덜어주고, 예쁜 우리 딸 하고 싶은 일 돈 걱정 없이 할 수 있게 저축해 두는 것으로 계획을 잡아놔서 그러다 보면 나만의 공간은 역시나 없겠구나 싶어진다.
그래도 이 글을 적으면서 입꼬리가 쓱- 올라가는 것을 보니 개인공간이 없어도 저렇게만 된다면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내 공간은 뒷전으로 둬도 행복감에 젖는 걸 보니 내 공간이 있고 없고는 나의 웰니스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나만의 공간보다 나와 함께 하는 공간에서 내 사람들이 행복한 게 좋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먼 훗날 형편이 허락한다면 작은 공방 같은 작업실(그럴듯한 무언가는 못하지만)을 갖고자 하는 큰 꿈을 꿔본다.
과연 그때는 나의 공간이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을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