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by 들판

1.

비바람이 무섭게 몰아치던 어느 여름날

우리 아파트 상가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교회 멘 꼭대기에 솟아있던 십자가 철탑이 비바람에 허리가 꺾여 땅바닥에 고꾸라져 있는 것을 목사님과 경찰과 구급대원과 동네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이리저리 손짓을 하며 마치 군대 다시 들어가는 꿈속의 아무 소리도 안 나오고 느릿하고 일그러진 볼록거울 같은 얼굴로 열심히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십자가 철탑이 녹슬어 썩었다고 하는 것 같았다

벼락 정도는 끄떡없이 버티던 십자가였는데...

우리 동네 교회는 십자가 철탑이 없다



2.

십자가 철탑 밑에는 교회가, 바로 옆에는 모텔이, 건너편 빌라에는 반지하 방이 있다

주~여~!

꺄~악~!

오늘도

교성과 통곡소리는 바하와 품바의 합주곡으로 흘러나오고

반지하 사글셋방에는 월세 봉투와 병든 모녀의 편지가 놓여있고

행길가 희미한 가로등 밑 버스 속에는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남자가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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