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없이 살아보기>

- 템플 스테이 21일 간의 사유와 기록 (0)

by 들판

속세와 인연을 끊고, 진짜로 출가하는 스님의 심정은 어떨까?


오늘 아침,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식사를 했다. 색소폰 동호회 카톡방에도 조영남의 "모란 동백" 연주를 올렸다. ("또다시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다들 무사 귀환의 덕담과 함께, "왜 가나요?" "무엇하러 가나요?"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나의 대답은, "그게 얘기하자면 좀 길어서요..."이다.


"요건 간식이고. 요건 영양제고..."

아내는 시집가는 딸 챙겨주듯이 오만가지를 트렁크에 꼭꼭 눌러 넣는다.

정 많은 큰 딸은 며칠 전부터 아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여러 번 보냈다. (방금 전에 또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당찬 둘째 딸은, "아빠~! 중간에 뛰쳐나오면 안 돼~!!".


어제는, 인천 연안부두 횟집에서 가족 만찬을 하고, 오늘은 거의 삭발 수준으로 머리를 밀고 왔다. 밤송이머리를 쓰다듬어보니 까까머리 중학생이 된 것 같다. 모습에 아내와 딸들이 처음에는 깜짝 놀라다가, 그다음에는 신기해하고, 그러다가 마침내는 웃음을 터트린다. 참으로 복잡 미묘한 반응들이다. 둘째는, "아빠, 군대 가? 스님들하고 구분이 안 되겠는 걸"라고 한다.

거울 속의 내 뒤통수를 쓰다듬어 본다. 구둣솔 같은 감촉과 울퉁불퉁한 느낌이 생경하고도 재밌어서 자꾸 만져본다. 내 머리통이 이렇게 못생겼구나.


아내는 나를 만난 지 37년 만에, 딸들도 난생처음으로 아빠의 맨 두상을 것이다.

이제 아빠의 적나라한 모습까지 다 공개가 됐으니, 더 이상 감출 것도 위선도 없다.

본연의 나로 되돌아가서 부족한 "나"를 좀 변화시켜 보자.

정년퇴직과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는 바로 지금이 그 적기인 것 같다.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보고, 어떤 생각으로,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지 말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 일기(매일) 쓰기

-. 아침 5시, 예불 필참 (매일 108배)

-. 핸드폰 off

-. 스님들로부터 배움 및 수행의 자세

-.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기


그대, 딸들.

그리고 좋은 인연 여러분, 30일 뒤에 만나요.


- 2024. 9. 9.

전남 완도 신흥사로 템플 스테이 떠나기 전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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