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템플 스테이 21일간의 사유와 기록 (2)
"아~! 그러니깐~ 그게 말이 되냐고요 !!"
절간같이 고요하던 절간이 갑자기 쩌렁쩌렁, 웬 남자의 호통 소리에 창호지 문이 떨린다.
(마당에 공사하던 인부가 공사를 잘못했나?)
마치 어린아이에게 호통을 치듯, 민망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분노에 가득 찬 호통 소리가 이어진다.
저녁 공양 시간.
자매지간같이 발랄해 보이는 모녀가 1박 2일 템플스테이 들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공양 후, 잠시 툇마루에 걸터앉아 모녀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취준생인 딸아이는 99년생. 우리 작은 딸보다 세 살이 어리다.
모녀는 왠지 행동에 주눅이 들어 보였고, 무척 마음이 상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방금 전, 호통을 치던 남자는 다름 아닌 이 절의 템플스테이 담당 팀장이었고, 그 호통의 대상자가 바로 모녀였음을 알게 되었다.
" 왜 그렇게 호통을 쳤대요?"
" 글쎄요, 그게... 우리가, 오늘 오라는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들어왔거든요. 그랬더니 그만..."
" 그걸 가지고 그렇게 오랫동안 큰 소리로 호통을 치고 그러나요?"
" 그러게요. 그래서 제가 뭘 그렇게 화를 내시냐고 했더니, 더 큰 소리로 막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나중에, 공양간 보살님 얘기를 들어보니,
팀장은 60대 후반이고, 3년 전 이곳에 템플스테이 왔다가, 주지 스님의 요청으로 템플스테이 팀장으로 눌러앉게 됐는데, 엄청 부지런해서 잠시도 노는 법이 없고, 템플스테이 업무 이외에도 절 내에 이것저것 온갖 궂은 일들을 스스로 알아서 무척 열심히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가 계획했던 것을 벗어나거나, 자기 생각과 어긋나게 행동하면" 엄청 화를 낸다고 한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그 팀장을 처음 봤을 땐, 나이도 지긋하니 자비로워 보이고, 목소리도 나직나직하니 불심으로 가득 찬 수도 스님 같은 느낌이었는데, 역시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거구나...
분명, 템플스테이를 올 정도면 불교에 관심도 있을 것이고, 불심도 있을 터이고, 또, 절간에서 3년간 일하면서 매일 듣는 불경 소리, 목탁 소리에 알게 모르게 어느 정도 마음 수행이 됐을 법도 한데...
또, 불교 기초 편에 보면, 탐(욕심). 진(성냄). 치(어리석음) 이 3가지를 버려야 한다고 쓰여 있던데, 그 정도 일로 그렇게 고함을 치고 화를 내는 것이 참 의아하게 느껴졌다.
수도승의 반전 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10년간 온갖 고비를 다 잘 참고 수행하던 중에, 팀장에게는 가장 날카롭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녀의 지각"이라는 비수가 팀장의 급소를 찌르고, 그것이 뇌관이 되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을 수도 있었으리라.
아니면, 초등학교 때 지각으로 선생님한테 "빳다"를 죽도록 맞았던 트라우마로 인해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깨는 슬픈 사연이 있을 수도...
어쨌든, "1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
좋은 마음으로 수행하러 왔다가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귀여운 딸과 엄마를 생각하니, 내가 다 속상하고 또 그런 팀장이 야속하기만 하다. 주눅 든 두 모녀의 모습에, 집에 두고 온 나의 아내와 딸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시작은 그랬을지라도, 부디, 1박 2일,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렴.
오늘 "팀장 격노 사건"을 보면서, 나이 듦이 결코 사람 됨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생하게 현장에서 직시하게 되었다. 또한, 수행을 통해 자신을 고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한 순간에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에 대한 잊을 수 없는 교훈으로 나에게 각인될 것 같다.
"절간 개 삼 년이면
목탁을 친다"는데
개보다 못한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