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21일간의 사유와 기록(1)
새벽 5시 반, 현관을 나선다.
출근 때마다 껴안으려 하면 항상 팔을 뻗어 밀쳐내고, 멀찌감치 도망치던 아내가 오늘은 살포시 안긴다. "잘 다녀오세요"
결혼 36년 동안 가장 오랫동안 떨어지는 순간이다. 전쟁터에 나가는 노병 같다.
7시 40분 강남고속터미널, 완도행 프리미엄 고속버스. 의자를 뒤로 젖히니 항공기 비즈니스석 같다. 스쳐가는 창밖의 간판들과 건물들이 이제 잠시 멀어져야 할 세상으로 스쳐간다. 저런 세상을 두고 속세라고 하는구나.
신흥사 스님에게서 온 환영 안내문자를 들여다보고, 또 습관적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린다. 손가락이 헐렁하다. 에구 머리카락이 없네.
고속도로 휴게소를 두 번째 쉬고 버스는 또 하염없이 달린다. 더 달리면 바다로 빠질 것 같은 남쪽 땅끝 섬. 5시간여를 달려 집 떠난 지 8시간 만에 드디어 완도 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 주변의 나직나직한 건물들과 다방, 여관... 시골스런 간판들이 영화 세트장같이 정겹다.
사람 적은 터미널 앞에 길게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타고 드디어 신흥사 도착. 트렁크를 끌고 절 입구의 일주문을 넘어선다.
절 내 종루에서 내려다보니, 완도 시내, 신지대교, 장보고 대교와 수많은 남해 바다 섬들이 시원스레 한눈에 펼쳐진다. 장관이다.
템플스테이 팀장님이 사찰 내력과 불교 예절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신다. 대웅보전, 약사전, 삼신당... 건물의 명칭과 불교 용어들이 모두 낯설고 신기하다.
이 절에 스님은 주지스님과 비구니 스님 딱 2분이고, 종무소 사무장과 공양간 보살님까지 다 합쳐서 총 6분이란다. 작고 예쁜 절이다.
9월 초순인데 완전 한여름 무더위다. 저녁공양 후 예불에 참석하여 대웅전에서 절을 한다. 나는 집에서 제사 지낼 때 하는 식으로 절을 하는데, 앞사람을 보니 절하는 방법이 좀 다른 것 같다. 양 손바닥을 귀 위로 들어 올린다.
비구니 스님으로부터 예불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스님이 절 하는 데로 무조건 엉거주춤 따라 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린다
예불 후, 스님께서 질문 있으면 해 보라는데, 도무지 아는 게 없으니 질문할 수도 없다. 앞으로 차차 하겠다고 했다.
"고요하기가 마치 절간 같다"더니, 정말로 밤 사찰은 고요 그 자체다.
검은 바다 어디 멀리에서 간간이 어선의 엔진소리만 바람에 끊어질 듯 들려올 뿐, 정막 속에서 쏘아대는 밤 풀벌레 소리는 마치 작고 성능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틀어놓은 것 같다.
새벽 5시부터 예불이다.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