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이간질
[이간질] 두 사람이나 나라 따위의 중간에서 서로를 멀어지게 하는 일을 낮잡아 이르는 말
화해 비슷한 걸 한 뒤에 부모님의 방문은 다시 잦아졌다. 손주가 보고 싶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선희 씨도, 엄마도 서로를 대할 때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분명 존재했지만, 부모님이 오실 때마다 육아가 한결 수월해지는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애써 그 불편함을 내색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집에 왔던 어느 날, 엄마가 무심하게 말했다.
"너네 아빠, 돈 좀 나온 거 같더라. 며느리 백화점 데리고 가서 옷 한 벌 사주던데. 너도 필요한 것 있으면 아빠한테 사달라고 해."
마침 아기의 카시트가 필요했던 선희 씨는 조심스럽게 아빠에게 부탁했다. 그 순간 아빠의 얼굴에 잠깐 스친 난처함을 보았지만, 이내 알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며칠이 흘렀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결국 선희 씨가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목소리를 높였다.
"조금 기다려봐! 어차피 지금 카시트도 못 탈 텐데! 벌써부터 난리야!"
그 말에, 오래전 그녀의 대학등록금 문제로 화를 내던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마치 그녀 자신이 적선을 구걸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했다. 사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제야 아빠의 목소리는 조금 누그러졌다.
"아빠가 지금 돈이 안 들어와서 그래. 돈 들어오면 사줄게. 조금만 기다려."
거절했다. 이미 구매까지 마쳤다.
그런데 그날 저녁, 동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언니,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야?"
뜻밖의 말에 선희 씨는 어리둥절했다. 그러자 동생이 덧붙였다.
"엄마가 언니 보고 나쁜 년이래. 아빠 힘든 건 생각도 안 하고 비싼 카시트 사달라고 했다며?"
고작 30만 원짜리 카시트였다. 그날, 아빠에게 부탁하기 전에 가격이 30만 원 정도인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엄마는 분명 "괜찮다"라고 했었다. 애초에 받을 생각도, 사달라고 할 생각도 없던 카시트였다.
엄마가 만든 상황이었다.
겉으로는 다정한 말, 뒤로는 험담과 이간질.
부녀지간, 자매 사이를 흔들며 은근히 갈라놓는 말들.
예전에도 그랬다. 선희 씨의 엄마는 본인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가족들을 통제하고 싶어 했다.
알 수 없던 불편함의 정체가, 어쩌면 바로 이것이었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