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우울증] 기분이 언짢아 명량하지 아니한 심리 상태
선희 씨는 육아에 지쳐갔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믿었지만, 현실은 점점 더 버거워질 뿐이었다.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일까.'자책이 하루에도 몇 번씩 그녀를 덮쳤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쁨,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의 충만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으로만 다가왔다.
남편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병원에 가보자고 권했지만 선희 씨는 거절했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녀의 믿음은 반나절 아니 몇 시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밀고 숨이 막혔다. 가까이 다가오는 아이가 끔찍하게 느껴졌다. 한 공간에 있는 것조차 견딜 수 없던 그녀는 혼자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기 시작했고, 아직 세 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문고리를 붙잡고 울며 말했다.
"엄마, 잘못했어! 미안해."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 아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에게 손을 대고 말았다. 놀란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그녀의 뇌리를 스친 생각 하나.
'내가 엄마처럼 행동했어.'
숨이 막혔다. 공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주먹으로 가슴을 쾅쾅 치며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울부짖듯 울었다. 아이도 함께 울었다.
선희 씨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와줘. 빨리 와. 나 좀 살려줘. 우리 아기 좀 살려줘."
급히 달려온 남편이 문을 열자, 선희 씨는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갈 곳은 없었다. 그저 몇 시간을 걸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눈물 젖은 얼굴이 트는 줄도 모르고 계속 걸었다.
다음날, 선희 씨는 스스로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우울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