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다짐] 어떤 일을 반드시 행하겠다는 굳건한 마음가짐
선희 씨는 엄마에게 우울증과 관련된 일들을 말하지 않았다. 괜히 엄마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신에 거리를 두기로 했다.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연락하는 빈도도 줄였다.
"무슨 일 있니?"라는 엄마의 물음에 그녀는 늘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아니, 아무 일도 없어."
시간은 흘러 우울증 치료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녀의 마음은 점점 평온해졌고, 그 평온은 아이와 남편에게도 스며들었다. 그녀가 행복해지자 가족도 함께 행복해졌다.
마지막 상담에서 의사가 엄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한동안 말이 없던 그녀는 천천히 대답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도 자신이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한 게 아닐까 하고요."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선희 씨의 원가족은 아이와 남편입니다. 그걸 잊지 마세요."
그날, 선희 씨는 오랫동안 비워 두었던 빈 방을 채웠다.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 만든 공간이었다. 채운 방을 바라보는 그녀의 등을 남편이 조용히 쓰다듬었다.
다시 살아가겠다는 선희 씨의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