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 이건 화풀이잖아
[따귀] 뺨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
선희 씨는 30대 후반인 지금도 종종 떠올리는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희미해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또렷이 남아 있는 장면이다.
어릴 적 그녀는 언제나 동생들의 보호자였다. 자의였든 타의였든, 늘 지켜내야 하는 존재였지만 정작 자신은 보호받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끝나 갈 무렵, 이유를 알 수 없는 따돌림이 시작되었다.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다. 이유가 없었으니까.
점심시간에 늘 혼자였고, 급식을 먹지 않고 교실에 홀로 남아 있던 적도 있었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수업이 끝나기 전 도망치듯이 집으로 돌아온 날, 학교에서 연락이 왔고 엄마 대신 아빠가 전화를 받았다.
그날, 아빠는 곧장 가해 아이들의 집을 찾아갔다. 화를 냈다. 그 모습에 선희 씨는 알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 '혼자가 아니구나.' 그렇게 느꼈다. 마지막 가해 아이의 집에서 돌아오던 길, 아빠는 퇴근 중인던 엄마와 마주쳤다.
위로가 필요했던 선희 씨는 눈물 젖은 목소리로 "엄마"하며 다가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엄마의 품이 아니라 "짝"소리였다.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고, 불에 덴 듯한 통증이 뺨을 스쳤다.
그리고 날카로운 엄마의 목소리.
"일하고 와서 힘든 사람한테 이런 일까지 하게 만들어?!"
밤 10시였다. 선희 씨의 울타리는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