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 엄마

도망가고 싶어

by 초이

[도망] 피하거나 쫒기어 달아남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


중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선희 씨의 성적은 늘 상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공부는 더 이상 따라갈 수 없었고, 성적은 중위권마저 위태로웠다. 그래서 그녀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빠 친구들이 이학교, 저학교 선생님들인데 네가 그 고등학교 가면 아빠 체면은?"


그 말을 끝으로 아빠는 3주 동안이나 딸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존재하지 않은 사람처럼 대했다. 결국 그녀는 원하던 길을 포기하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은 외지로 일을 나가게 되었다. 집에는 자연스레 선희 씨와 동생들만 남았다. 부모의 부재가 주는 해방감은 잠시였다. 가사 노동은 물론 은행 업무 같은 집안의 재정까지 선희 씨가 봐야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할 일들은 끝없이 늘어나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생활에 점점 지쳐가던 그녀는 집에서 아주 먼 지역의 대학교에 원서를 낸 것이다.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았다. 오직 한 가지 마음뿐이었다.


'벗어나고 싶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또다시 같았다.


"네가 그 대학에 가면 네 동생들은?"


그 말 한마디에, 그녀의 발은 다시 붙잡혔다.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겨우 1시간 거리의 대학에 입학했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끝내 도망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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