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독립
[독립]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됨
"선희야, 사람은 빌어먹어도 서울에서 살아야 해."
엄마는 늘 말했다. 자식 셋이 모두 서울에 자리를 잡길 원했다. 그 길을 선희 씨가 열어주길 바랐다. 큰딸이 서울에 정착하면 동생들도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엄마의 바람대로, 졸업과 동시에 선희 씨는 서울의 한 통신회사에 취업했다. 그녀는 드디어 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을 맛봤고, 엄마는 본인의 뜻대로 일이 흘러가는 데에 만족했다.
거처가 마땅치 않아 엄마의 조카, 기혼인 친척 오빠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되었다. 맞벌이 중인 오빠 부부를 대신해 조카를 돌보고, 숙제를 봐주며 ‘엄마 노릇’까지 했다. 그러는 동안 한 사람이 누우면 꽉 차는 반지하 원룸을 얻을 보증금을 모았고 계약을 앞둔 날이었다.
그날, 엄마가 현금봉투를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역세권의 허름한 반지하 원룸 대신 비록 마을버스를 타야 하지만 햇빛이 잘 드는 다가구 주택의 3층 투룸 전세를 얻어주었다. 엄마가 거대한 존재처럼 보였다. 고맙고, 뭉클했다.
드디어 그녀가 바라던 독립이었다.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예고도 없이 엄마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빠가 보기 싫다는 이유, 답답하다는 이유, 집에 있기 싫다는 이유로 불쑥불쑥 선희 씨의 공간에 들어왔다. 그러면 며칠이고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곧이어 여동생도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군인 신분이었던 남동생 역시 휴가를 나올 때마다 선희 씨의 집으로 향했다. 남동생이 제대한 후에는 아예 함께 살게 되었다. 그녀의 일상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늘 누군가와 함께, 늘 누군가를 챙기며.
독립이라 믿었던 공간은 다시 '가족의 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