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 엄마

결혼, 엄마의 방

by 초이

[방] 사람이 살거나 일을 하기 위하여 벽 따위로 막아 만든 칸


엄마의 방


대학 졸업과 함께 일을 시작했던 선희 씨는 엄마에게 매달 조금씩 생활비를 보냈다. 적금도 부었다. 서울살이에도 서서히 익숙해졌다. 이내 선희 씨를 아껴주는 남자를 만나 연애를 했고 그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부터 신혼집까지 양가의 도움 없이 시작한 결혼이었다. 서울에 신혼집을 마련할 형편은 되지 않았다. 대신 인천의 빌라, 방 3칸짜리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녀가 살던 서울의 다가구 주택의 투룸은 남동생의 차지가 되었다. 애초에 그녀의 집이 아니었기에 미련은 없었다. 나중에 서울의 그 집은 남동생의 신혼집이 되었다.




새 집의 방 한 하나는 침실, 다른 방은 서재 겸 드레스룸으로 채웠다. 그리고 마지막 빈방.


남편이 물었다.

"서재랑 드레스룸을 나누면 되지 않을까?"


그녀는 단호히 말했다.

"우리 엄마 방이야."


선희 씨는 늘 엄마에 대한 부채감을 안고 살았다. 엄마의 녹록지 않았던 삶이, 어쩐지 자신 때문인 것 같았다.


"네 아빠랑 이혼하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임신이 돼서..."

"내가 이혼하고 너 두고 갔으면 선희 넌 병신 됐어."

"그때 너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러고 안 살았어."


엄마는 힘들 때마다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그 말들은 그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책임처럼 달라붙었다.


그래서였다. 엄마가 언제든 편히 와서 쉴 수 있도록, 늘 한 칸의 방을 비워두었다.


그 빈방은 늘 엄마의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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