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영화 1987 리뷰]

by 세바준

언제나처럼 ott플랫폼을 뒤져가며 볼만한 영화를 찾던 어젯밤,

영화 [1987]이 눈에 밟혀 다시 한번 시청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인 2017년에 썼던 영화 리뷰를 이곳에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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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훈련소에서 교육을 받을 때, 본인의 시위 진압 일대기를 무용담처럼 떠들어대던 교육관이 있었다.

영화 배경이 되는 때에 청자켓과 청바지를 입고 시위자들을 진압했었다며 대단한 업적인 양

열변을 토하는 교육관의 얼굴이 영화관 나오는 길에 떠올랐다.

짜증이 났다.

(*백골단_사복경찰관의 집단으로서 굉장히 폭력적으로 과잉진압을 했었다고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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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으로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세월호 사건과 민중총궐기 1,2,3차가 있었다.

광화문에 대규모 시위가 있던 날에는 전국 각지의 의경부대에서 광화문으로 지원을 갔으며,

청주에 있던 우리 부대도 당연히 광화문으로 수없이 지원을 나갔었다.

(경상도, 전라도 지역의 의경부대 버스들을 고속도로에서 만나기도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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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가장 애정하는 곳인 광화문, 서촌 일대가

가늠할 수 없는 숫자의 시위자들과 경찰들로 북적이는 광경을 보면서

“낮과 밤이 다른 동네”라고

일기를 적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경복궁 바로 앞부터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인파로 꽉 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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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상황 전달, 부상자 발생, 지원부대 요청, 엠뷸런스 소리.

영화에서 나오는 최루탄 대신 물대포로 시민들을 막는 모습들.

영화 속 상황과 내가 겪었던 상황은 참 많이 닮아있었다.


내가 쥐고 있는 방패 앞으로 셀 수도 없는 인원의 사람들이 넘어지고 소리치고 다치는 광경을 보면서도

그들의 안위 보단 나의 안위를 위해 방패를 꽉 쥐었다.


채증요원으로 선발되어 사복을 입고 시위자와 같은 행색으로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혹여나 폭력적인 불법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 임무를 할 때에도

그들의 외침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은 긴박하고 치열했기에.....

방패 앞의 사람들의 외침이 단 한 번도 제대로 귀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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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뒤로는 선임들의 불호령.

"똑바로 막아 이 새끼야! 방패 꽉 잡고 열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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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앞으로는 대통령을 욕하고 경찰들을 욕하고

침을 뱉으며 방패를 뜯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


정말 힘들었고

많이 무서웠다.


(*채증_개인 사복을 입은 후에 마스크를 쓰고 짧은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착용, 시위대와 자연스럽게 섞인 뒤에 시위대의 폭력적인 모습을 캠코더에 몰래 담아내는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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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도 부대에 들어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뉴스를 접하면

"왜 이 사람들을 앞으로 못 가게 막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시위 진압 때마다 이러한 감정소비는 계속해서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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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이상의 경계근무를 하다가 타부대와 교대를 하고 기대마에 타면

버스 안의 모든 선, 후임들이 조용히 멍을 때리거나

조금은 허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쉬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기대마_경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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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한지 1년이 조금 지난 지금,

1987년의 외침과

내가 직접 느낀 2015년의 외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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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24년 현재,

경복궁 주변에 살고 있는 나로선 당시에 시위진압을 하던 곳곳을

가보지 않을 수가 없다.

조깅을 하면서 동네 산책을 하면서 천천히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걷다 보니

역시나 드는 생각은 하나뿐 이다.



"낮과 밤이 다른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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