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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은여우 Dec 03. 2023

술기운에 꾐(?)에 넘어가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기까지

글쓰기에 늦은 나이는 없습니다. 단지 늦게 쓰기 시작했을 뿐입니다

‘에잇! 왜 밤을 새우고 있는 거지?’


‘한여름 수필 공부방’ 첫 과제 제출 마감은 자정까지였지만, 시간은 이미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을 향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 줄도 쓰이지 않은 모니터에는 커서만 깜빡입니다.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들고 와서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벌써 두 캔째입니다. 술이라도 마시면 생각과 글이 조금이라도 풀릴까 기대했지만, 깜빡이는 커서는 그냥 자라고 최면을 거는 것만 같습니다. 그냥 포기하라고, 빨리 잠이나 자라고…


여행작가학교를 졸업하면서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 번의 글쓰기와 품평회를 거치며, 글쓰기는 내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했지만, 쓰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던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글은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었지요. 학교에 입학할 때도 작가 되기가 목적이 아니었으니, 글쓰기에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또다시 글쓰기 과제로 마음고생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아직 신청 안 하셨어요?”


 망우리 역사문화공원에서 진행된 동문회 소모임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 참석했었습니다. 여행작가학교를 졸업하고 동문회 게시판의 글도 자주 읽으며, 이런저런 동문 행사에 참석해 보던 때였습니다. ‘한여름 수필 공부방’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것은 게시판에서 읽었습니다. 막 졸업한 동기들도 꽤 많이 신청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관심을 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뒤풀이에서 수필 공부방을 지도해 주실 김차중 작가(시인, 수필가)를 바로 옆자리에서 만나다니….



“수필을 공부하기에는 글솜씨가 없어서요”


“어차피 못 쓰는 글이잖아요. 누가 읽어도 못 쓰는 글일 텐데 뭐가 두려울까요? 못쓰니까 공부해야죠. 그러니 부담 없이 신청해 보세요.”



 이렇게 술기운에 작가님의 꾐(?)에 빠져 수필 공부방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합니다. 여행작가학교 수료할 때처럼 문집을 만드는 것이 아니어서, 중간에 그만두어도 되겠다는 편안한 생각으로 6주간의 수필 쓰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매주 한편씩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글 소재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찾는 것도 어려웠고, 막상 소재를 찾더라도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마감 기한을 넘기기 일쑤였고, 쥐어짜듯 한편을 겨우겨우 만들어 제출합니다.



 과제를 제출하면, 며칠 후 약속된 날짜에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좋은 글이 될 수 있게 더 나은 표현을 제시받기도 하고, 글의 순서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조언도 상세히 해 주십니다. 피드백을 받은 것을 바탕으로 다시 수정하여 제출합니다. 한 편의 수필이 완성(?)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 또 소재를 고민해야 합니다. 여전히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앗! 다음 과제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또 밤을 새우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2주에 한 번씩 열렸던 홍대에서의 품평회.

다른 분들이 쓰신 글도 읽어보고 작가님의 품평도 직접 듣습니다. 잘못된 표현이나 잘못 쓰인 단어의 의미 등을 알려주십니다. 다음 과제에서는 알려주신 내용들을 반영해서 글을 써보겠다고 다짐합니다. 다른 분들이 멋지게 쓰신 글을 통해, 내 글쓰기의 부족함과 개선점도 느끼게 됩니다. 품평 외에도 소재를 찾는 방법,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등 사례 중심으로 강의도 있었습니다. 품평회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면, 작가님이 해주시는 이야기를 통해 여러 가지 추가적인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공개해도 되는 비밀입니다.

품평회가 끝나면 뒤풀이가 있습니다. 잠시라도 품평 시간의 긴장을 풀어야 하지만 공부의 연속입니다. 글쓰기와 관련된 궁금한 내용들을 질문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수필을 잘 써보기 위해 작가님을 괴롭혀 정보를 얻어갑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6주를 보내면서 6편의 수필(?)이 쓰여졌습니다. 마지막 과제를 제출하면서 들었던 안도감과 해냈다는 만족. 그리고 더 이상 과제를 안 해도 된다는 해방감. 그러나 그 해방감도 잠시였습니다.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다시 점검해 보고 제출하라고 합니다. 이제 끝났다고 좋아했는데 끝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썼을까?’


며칠 또는 몇 주 만에 다시 읽어본 글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곳들이 보입니다. 특히 오래전에 썼던 글일수록 맘에 들지 않는 곳이 많고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다시 수정하기를 반복합니다. 다시 제출한 6편 모두를 마지막까지 점검해 주시는 작가님. 그리고 참여한 모든 이에게 제안합니다. 브런치 작가로 도전해 보라고 합니다.


 아직은 그럴만한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줍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용기를 내서 신청해 봅니다. 차례차례 브런치 작가가 탄생합니다.  저도 지금까지 과제로 냈던 글 중 3편을 골라 브런치 카페에 신청서를 내봅니다. 떨어질 거로 생각하면서…. 몇일 후에 나올 결과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도전해 본 것에 만족하면서….



“아직 신청 안하셨어요?”


혹시 누군가 글쓰기 공부방에 참여해보라고 꾀어(?)낸다면 꼭 참석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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